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꼭 3주년을 맞은 지난 1일 서울역 광장. 시민들이 오가는 대형 계단에 깔린 붉은 천 위로 희생된 미얀마 시민 250여 명의 개별 영정이 자리했다. 시민들은 영정 앞에서 분향하고 기도하며 추모했다. 3년째 이어지는 미얀마의 희생과 아픔에 기도하는 거대한 분향소가 마련된 것이다.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교가 이날 지난 3년간 군부의 탄압과 내전 속에 희생된 미얀마 시민을 추모하는 기도회를 마련했다. 각 종단 성직자 30여 명과 시민들이 함께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충열 신부는 희생자를 위한 위령기도를 바치고,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나 신부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함께 시작한 시민 불복종 운동이 3년 동안 이어지는 사이 군부는 선량한 시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고, 힘없는 사람들을 군화로 짓밟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무자비한 폭압 속에도 미얀마 시민은 절대 부러지지 않고 끝까지 항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처럼 우리 역시 미얀마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형제적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며 “모두가 기도로 그들에게 위안을 주고, 연대 활동으로 그들이 짊어진 십자가를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재한 미얀마인들과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관계자도 자리했다. 미얀마인 수이로망씨는 “지난 1월 고향 마을이 폭격을 받아 아내와 조카를 포함한 마을 사람 30여 명이 크게 다쳤다”면서 “집은 물론 병원까지 무너져 마을 사람 모두 고통 속에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현지 상황을 전했다.
NUG 아웅 묘 민 인권부 장관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저항의 역사를 경험한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을 위해 희생된 우리 국민을 위한 추모식이 열리니 더욱 특별하다”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미얀마인들의 걸음에 한국 국민들도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최호순(글라렛,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수녀는 “지난 3년간 힘든 와중에도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놓은 미얀마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 “그들이 민주주의 안에서 권리와 행복을 되찾도록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개신교인 김혜숙씨도 “미얀마에 정의와 민주주의가 하루빨리 회복되길 기도했다”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연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