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반도를 ‘동북아시아 진영대결’과 ‘민족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상이한 시각이지만 하나의 평화를 얘기하는 자리였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는 5일 파주 민족화해센터에서 ‘포커스 세미나’란 이름으로 전쟁 위기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꼬집고, 민족주의 개념을 되짚었다.
이대훈(프란치스코) 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 소장은 “최근 동북아시아의 모든 국가는 역사상 최고 수준의 군비증강과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2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인용하며 “세계적으로 군사 비용은 냉전 시대 막바지에 들어간 비용을 넘어설 정도로 늘어났다”면서 “군비 축소를 추구하는 것이 민족과 국가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행동을 도발 또는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빈번하다”며 “이는 분단 체제에서 고착화된 단순한 적대감의 표출이지, 새로운 상황에 대한 분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방’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속히 갈등 예방, 분쟁 예방의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현재를 ‘복합위기의 시대’라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전쟁과 전쟁을 준비하는 모든 행위는 막대한 탄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기후 위기와 전쟁이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고 상기시켰다. 이 소장은 복합위기 예방을 위해 △대응 능력과 회복 탄력성 투자로 긴장 완화 △평화 기금 조성 및 분쟁 지역 회복적 투자 △복합 위기에 대한 연구 증대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백장현(대건 안드레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위원장은 “올바른 민족주의 시각에서 보면 민족이 부정되는 상황에서는 남북한 통일은 물론 평화를 위한 모든 시도들이 근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최근 빠르게 확산되는 탈민족 담론의 비판 이슈를 중심으로 민족주의를 해명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했다. 특히 민족주의는 사대주의·국제주의 등과 다르고, 민족 정서와 감정으로 혼동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 위원장은 “민족주의를 이해하고 자주·자결의 태도를 바로 세울 때 국제적 연대와 협력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비정규직 차별문제, 소수집단의 인권 문제 등 내부 문제들도 민족주의와 같이 갈 때 해결이 용이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민족주의를 비롯해 어떤 ‘주의’도 그 자체로 지고지선일 순 없고, 운용 주체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면서 “우리 민족 입장에서 볼 때 민족주의는 평화·통일·번영으로 가는 데 필수적 무기”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남덕희(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신부는 두 발제에 대해 “교회 가르침에서 평화는 갈등 예방의 주된 요소를 담고 있다”며 “위기 예방은 평화의 시작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 “민족주의는 현 시대의 화두를 담고 있다”며 “평화는 가장 고귀하고 보편적인 삶의 자리, 자유와 사랑을 선포하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