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아디(Asian Dignity Initiative, 대표이사 박상훈 신부)와 참여연대가 9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의 책임자이자 전쟁 범죄자로 이스라엘 고위 관료 7인을 우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두 단체는 이날 시민 고발인 4926명의 서명을 담은 고발장을 제출했으며, 학살이 자행되는 극악한 범죄에 대해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자 시민들의 동의를 담았다.
피고발인 7명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을 비롯한 국방부 장관·국가안보부 장관·외무장관·재무장관·이스라엘 방위군 참모총장 등 최고위직들이다. 고발 죄목은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사람에 대한 전쟁범죄 △인도적 활동이나 식별 표장 등에 관한 전쟁범죄 △금지된 방법·금지된 무기를 사용 등이다.
아디와 참여연대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이 200일 넘게 지속되며 사망자만 3만 4000명을 넘어섰다”면서 “더구나 이스라엘은 휴전 협상 중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강력히 만류하는 엄청난 민간인 살해와 피해가 명백한 라파 지상작전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학살을 계획하고 명령하고 선동한 자들의 책임을 반드시 묻고 처벌해야 한다”며 “가자 학살을 어떻게든 멈춰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에 고발장을 제출한다”면서 수사를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이 법률에 따르면, 국제형사재판소뿐만 아니라 한국의 수사기관 역시 집단 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및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수사할 수 있고, 기소 시 국내 법원에서 처벌할 수도 있다.
아디 대표이사 박상훈(예수회) 신부는 “피고발인인 총리·대통령 등을 어떻게 조사할 것이냐. 상징적인 고발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미국과 몇몇 국가만 움직여도 실제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확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기 제조업자를 ‘죽음의 상인’이라 부르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은 전쟁이라기보다 일방적인 학살이며, 무기 제조업자 등 전쟁 이면에 감춰진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