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신앙을 알지 못했던 제게 종교 탄압에 맞서 목숨 바쳐 순교한 이들의 신앙을 직접 볼 수 있는 두 성지를 순례하게 돼 기쁩니다. 순교자 정신을 본받아 하느님을 찬미하며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5월 25~26일 대전교구 요나성당과 그 일대에서 개최한 ‘북향민과 함께하는 가족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북향민 강 바오로(가명)씨의 순례 소감이다. 강씨는 세례를 앞두고 “신앙이란 무엇인지 성찰할 수 있었다”며 “홀로 남한에서 생활 중인데, 아들과 아내와 함께할 그 날을 위해 하느님 안에서 열심히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세례받은 북향민 가정과 하나원 수료 5년 이내 북향민들로 구성된 40여 명이 참여했다. 첫날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 모인 이들은 해미국제성지·갈매못성지를 방문하고, 이튿날 요나성당에서 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하나원 262기 김 안나(가명)씨는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신앙인으로서 자긍심을 느꼈다”며 “더 많은 북향민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 신앙을 체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에서 처음 복사를 섰다는 초등학생 안 마리아(가명)양은 “매번 엄마 옆에서 미사에 참여하다가 신부님 옆에서 복사 서는 게 신기했고, 실수할까 봐 떨렸지만, 하느님께서 저를 지켜주고 계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앞으로 가족여행에 참가한 친구들도 저와 같이 복사를 서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민화위는 교회가 북향민과 함께하고 있음을 온전히 느끼도록 다양한 지원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심리상담 지원’ 등 생활 속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