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한반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모색하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1980년대 이후 40여 년간 계속된 교회의 대북 기조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6월 25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2024 한반도 화해 평화 대토론회’에서 청와대 정책조사비서관을 지낸 서명구(아우구스티노) 박사는 ‘평화와 화해’(2024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2018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등 교회 내 문헌과 출판물, 논문 등 20여 건을 분석해 의견을 제시했다.
서 박사는 “2024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발표한 ‘평화와 화해’를 보면 가해자의 사과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품으려는 의지를 강조하면서 독일의 만행을 용서한 폴란드 교회를 예로 들었다”며 “이는 나치 붕괴 및 자유민주주의 체제 변화, 독일이 다시는 침략과 살상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아직 체제 변화 및 회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과거 잘못을 되풀이할 수 있는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공개적인 화해를 추진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2018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발간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 에서 ‘남한은 항상 북한을 핑계로 무기를 구입했다’(박한식/한반도와 평화통일)란 주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위협이 없는데도 한국이 마치 북한을 핑계로 무기를 증강해왔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하라’는 말이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평화를 준비하면 평화가 올 수도 있지만, 전쟁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남북한 평화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사명과 역할’이란 발표에서 “1980년대를 기점으로 한국 교회가 북한 교회에 대한 인식을 적에서 형제로 전환했다"며 “그러나 남과 북은 여전히 분단체제로 인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상대를 악마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갈등 문화 극복을 위해 가톨릭교회 구성원들은 북한에 형제의 시선을 갖는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평화나눔연구소 고광영(에발도) 박사는 “2024년 북한은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재정의했고, 한국 사회 내에서도 서로를 종북이나 극우로 규정하는 극심한 이념 대립이 만연해 있다"며 "우리 사회 안에서, 또 가톨릭 신자 안에서 한반도 문제를 놓고 성향이 다른 사람들 간 화해와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교회는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고 사회적 아픔을 달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서명구 박사와 정수용 신부의 발제, 전동혁 신부(마산교구 지세포본당 주임), 홍태희 교수(서강대 대우교수·평협 부회장), 고광영 박사(평화나눔연구소 상임연구원)의 지정토론, 그리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탈북민 출신 신자를 비롯해 100여 명이 참석해 활기찬 토론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