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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현장 체험하고 평화 기도한 신학생들

주교회의 민화위, 5일간 신학생 연수... 강의 듣고 DMZ 걷고 북향민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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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민족화해 관심 신학생 연수’에 참여한 전국 7개 교구 신학생들이 연수 넷째 날 강원도 철원 DMZ생태평화공원 십자탑에 올라 김주영 주교의 강복과 함께 북녘 땅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미래 사목자가 될 신학생들이 평화의 사도로서 한 자리에 모였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주교)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와 공동 주관으로 1~5일 민족화해 관심 신학생 연수를 실시했다. 연수에는 평양·함흥교구를 포함한 전국 7개 교구 34명의 신학생이 참여해 평화 교육·민간인 희생자 묘역 방문·도보순례·북향민과 만남 등 분단의 상황을 체험하고 복음적 시각에서 평화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부 졸업 후 사목실습 중인 문인균(안드레아, 춘천교구) 신학생은 “북한 관련해서는 군대에서 주적이라고 배운 내용밖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번 연수에서 평화를 향한 교회의 시선과 노력, 특히 북향민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는 교회의 모습을 익히며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종교구에서도 민화위 관련 교육을 한다면 청년들이 평화에 대한 더 넓은 시야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봤다”고 밝혔다.

정석원(다니엘, 서울대교구 6학년) 신학생은 “평화는 서로 함께 노력해야 하기에, 평소 남북이 평화를 이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했다”며 “연수 내내 날씨가 흐려서 전망을 깨끗하게 볼 수 없었던 게 마치 남북 관계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북향민의 진솔한 나눔을 듣고 앞으로 사목자로서 평화에 대한 역할을 깊이 고민했다”며 “이번 체험이 평화를 향한 나비효과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수 넷째 날에는 강원도 철원 DMZ생태평화공원 십자탑 탐방로를 걸으며 북녘 땅을 직접 바라봤다. 탐방로는 성제산 580m 높이에 설치된 십자탑을 목표 지점으로 군사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다소 힘든 여정이지만, 십자탑에 올라서면 휴전선과 남방한계선·북방한계선을 한 번에 모두 볼 수 있다.

정수용(서울 민화위 부위원장) 신부는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고, 썩은 나무 말뚝만 덩그러니 박혀있다”며 “갈라진 남북 사이에는 수많은 적대와 증오가 있는데, 정작 남북이 마주하고 있는 곳엔 무엇이 있는지 보고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선 사목 현장에서 교우들을 만날 신학생들이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평화를 만들어 갈 사목적 시선과 감수성을 키우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십자탑에 올라선 신학생들은 허허벌판의 휴전선 넘어 북녘 땅을 바라보며 저마다 평화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하두용(스테파노, 평양교구 6학년) 신학생은 “당연히 날카로운 철조망이 있을 거라 여겼는데,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사목지에서 신자들을 만날 때, 이 시선을 기억하면서 남북 사이 심적·관계적 부분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서정우(스테파노, 대구대교구) 부제는 “북한 땅을 처음 보면서 정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았다”면서 “진정한 평화를 위해선 대화가 더 필요하고, 그 전에 우리에게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번 연수에 함께한 김주영 주교는 “통일과 분단을 나와 관계없는 먼 일로 여기곤 하는데, 신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연수하면서 평화에 대해 점차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곤 미래의 희망이 그려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가 할 수 없는 교회만의 고유한 시선과 역할이 분명히 있다”며 “신학생들이 평화에 대한 강의를 듣고 북향민도 만나고, DMZ를 걸으면서 훗날 교우들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깊게 고민하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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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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