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총선 전인 지난 1월,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명품 가방’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한 위원장이 무시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인간적 예의가 없다.” “경험부족”이라며 한동훈 후보를 향해 맹폭을 가했습니다. 한 위원장의 무시로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참패하고 김 여사를 둘러싼 사태를 해결할 기회를 놓쳤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 후보는 실제로는 사과를 하기 힘든 사정을 강조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본인은 대통령실을 통해 사과해야 하다는 뜻을 계속해서 전달했다며 반박했습니다.
그렇게 반박은 재반박으로 이어지고,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김 여사와 한 후보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문자 메시지가 어떻게 공개되었는지, 왜 김 여사는 다른 이도 아니고 한 후보에게 ‘명품 가방’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었는지, 문자에 나오는 ‘댓글 팀’은 무엇인지, 문자 메시지를 둘러싼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자를 보고 있으면 김 여사가 국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 후보도 김 여사의 문자에 답을 주고받았다면 “야당이 국정농단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대통령 부인 김 여사가 대통령실을 거치지도 않고 여당 비대위원장과 직접 국정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지금 정치권에선 김 여사가 장·차관, 정치권·문화계 인사, 언론인, 유튜버 등과 수시로 전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얘기가 넘쳐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김 여사 팬클럽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 사진이 올라오거나 대통령 일정이 사전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자처한 ‘명품 가방’ 논란으로 지금 가장 곤혹스러운 이도 김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이지만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는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문자 메시지의 핵심인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는 지금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받은 지도 꽤 시간이 지났고 여당도 선거에서 참패했지만, 김 여사는 주위 사람에게 문자 보내기에 바쁘지, 국민에게는 어떤 메시지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방송 대담에서 “부인이 누구에게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고 했을 뿐,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메시지도 국민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김 여사의 메시지처럼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지금 하면 됩니다. 누구의 허락을 받을 일도 아닙니다. 사과는 결심했을 때 하는 겁니다. 윤석열 정권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사과의 때를 놓쳐서 이후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혹시 사과를 통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진다면 이미 사과의 진정성은 그 빛을 잃고 말 것입니다. 진정성 있는 참회를 바탕으로 사과하면 국민도 김 여사의 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입니다. 김 여사의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를 기다리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