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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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춘천교구 사목교서] ‘가난의 삶’이 말씀·성체로 힘 얻고 풍요로워지길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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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말씀을 주셨고 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심이 바로 기쁜 소식입니다.”(「주님의 말씀」 1항, 베네딕토 16세 교황 권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 권고를 통하여, 살아 있는 그리스도교 영성은 교회 안에서 선포하고, 듣고, 기념하고, 묵상한 하느님의 말씀을 기초로 하고 있음을 역설하셨습니다. 아울러 하느님의 백성 전체(목자들, 봉헌된 이들과 평신도들)를 향해 기쁜 소식을 전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바로 말씀을 살아내는 일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말씀살기’ 여정은 매일의 말씀을 읽는 것에서 시작되며, 무엇보다 공동으로 함께 읽고 선포하는 말씀의 작은 모임들과 전례 안에서 굳건해집니다.

현대의 기후 위기와 가난한 이들의 소외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 듯 행동하며, 피조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잃어버린 것에 원인이 있다고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으로 기술만능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교육을 촉구하십니다. 교회는 이러한 위기 앞에 하느님과 피조물의 창조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이 관계 회복의 한 가운데에 복음, 곧 말씀이 자리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실현되어야 하는 곳은 바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과 공동의 집인 지구입니다. 따라서 ‘말씀살기’는 ‘찬미받으소서 살기’로 이어져야 하고 궁극의 지향점은 한 곳이어야 합니다.

말씀과 성체를 사는 삶은 주변 이웃을 포함하여 모든 피조물과 함께 걷는 구체적인 여정이어야 합니다. 마태오 복음은 물질적인 가난만이 아니라 마음[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해 말합니다. 여기에서의 마음은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불어 넣으신 생명의 숨결(창세 2,7)이며, 우리의 가장 내밀한 영적인 차원을 가리킵니다. 곧 마음으로 가난한 이들은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왔음을 고백하며, 자신의 작음과 나약함을 온 존재로 받아들입니다. 이들은 생명을 주신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찬미하며 감사와 기쁨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고도화된 기술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며, 기술력과 경제력에 모든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또한 인간의 힘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자연의 주인도 될 수 있다는 교만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공동의 집’ 인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가 이렇게 죽음을 향해 내달리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으니, 우리 신앙인들이 먼저 회개와 반성으로 생명의 길로 돌아서야 합니다.

우리 삶의 회심을 통한 이웃과 병든 자연을 위해 당당히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찬미받으소서’ 여정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걷는 가난의 삶이 말씀과 성체로 힘을 얻고 풍요로워지기를 희망합니다.


춘천교구장 김주영 시몬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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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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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5.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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