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2026년은 하느님 안에서 참된 희망을 찾고, 새롭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1년 앞으로 다가온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며, 신앙의 보화를 새로운 세대와 나누고 전할 준비를 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희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희망은 동기를 부여하며 우리를 이끌고 움직이게 합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살이에서 희망을 품고 사는 일은 무척 어렵게 느껴집니다. 희망이 사라진 현실은 젊은 세대가 더 이상 가정을 이루려고도, 자녀를 출산하려고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로 인류 생존이 불가능해질 거라는 불안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상은 모든 것을 효용성 혹은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고, 사람마저도 능력과 성과로만 평가합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압박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희망이 사라진 세상은 죽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희망을 되살려야 합니다. 세상은 희망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세상은 “희망의 하느님”께 손을 내밀고, 참된 희망을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그리스도의 약속을 신뢰하며. 우리 자신의 힘을 믿지 않고” 성령께서 베푸시는 은총의 도움으로, 하느님 나라와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는 “향주덕(向主德)”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817항 참조) 이 희망은 무모한 낙관주의나 거짓된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결코 현세만을 위한 희망이 아니라 영원한 행복에 대한 희망입니다.(1코린 15,19 참조)
우리 믿음의 핵심이자 희망의 기초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입니다. 모든 것의 마지막처럼 보이는 죽음 앞에서도, 믿음의 자녀인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하여 “어둠을 가르는 빛”을 봅니다. 그래서 어떤 고난과 절망이 찾아와도,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일으키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다시 일어납니다. 성령의 힘으로, 우리는 희망의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평화를 늘 새롭게 살아갑니다.(로마 15,13 참조)
특별히 2027년에는 세계청년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됩니다. “희망의 공동체”인 교회는 이들이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희망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 안에 젊은이들을 기쁘게 맞이하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용기를 낼 수 있게 격려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다시 교회 안에서 희망의 징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희망이 선사하는 새로움과 젊음을 우리 모두 안에서 새롭게 찾아야 합니다.
청주교구장 김종강 시몬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