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시노달리타스의 여정 안에서 본격적인 ‘이행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체적인 삶의 현장 속에서 ‘실천과 증언’으로 새롭게 드러내야 할 때입니다.
2027년에는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립니다. 우리는 앞으로 2년간의 준비 속에 교회의 희망인 젊은이들을 특별히 생각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제주교구는 2026년도 사목 방향을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평화의 소공동체’로 정하고 이 시대의 신앙공동체가 젊은 세대와 함께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일구어가는 새로운 모형임을 선언하고자 합니다.
젊은이는 단지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교회입니다. 우리 교회는 젊은이들과 함께 걷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리고 문화와 예술의 사목적 역할을 확대하여 디지털 시대의 선교적 역량을 개발해야 합니다. 오늘의 젊은이는 더욱더 영적 갈증이 크기에 영적 동반과 식별의 여정을 교육하고 교회 공동체의 일꾼으로 양성되어야 합니다.
평화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말하기보다, 먼저 평화를 살아내야 합니다.
평화 실천은 우선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모든 가정이 기도와 말씀, 사랑이 중심이 되어 자녀들에게 생명 존중의 문화를 전하도록 돕고, 상처받은 가정이 치유와 화해의 공동체 안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목적 돌봄을 강화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생태적 회심과 지속 가능한 제주의 현실을 돌보는 일입니다. 제주의 자연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창조의 선물이며, 그 생명 질서를 보전하는 것은 신앙인의 의무입니다. 특히 개발과 보존, 경제와 생태의 균형 속에서 공동선을 모색하는 대화와 협력의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주민 및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 역시 중요합니다. 제주는 다양한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이 함께 살아가는 섬입니다. 그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품는 것은 곧 복음의 가르침인 ‘환대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이주민 사목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통해 참된 형제애를 드러내야 합니다.
젊은이와 노인은 교회의 두 날개입니다. 젊은이는 미래의 희망이며, 노인은 지혜와 믿음의 뿌리입니다. 교회는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의 신앙과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배우고, 노인들이 젊은이의 열정과 새로움 안에서 기쁨을 되찾는 세대 간의 친교 공동체를 지향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의 존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참된 의미가 드러납니다. 교회는 항상 가난한 이들을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물질적 가난뿐 아니라, 관계의 단절, 마음의 외로움, 사회적 배제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가난’까지 함께 껴안아야 합니다.
오늘도 성령께서 우리를 이끌어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를 살아가는 공동체로,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드러내는 희망의 교회로 세워주시길 기도합니다. 젊은이와 노인, 가난한 이와 병든 이, 모든 이들이 함께 손을 맞잡는 평화의 공동체야말로 그리스도의 교회가 세상 안에서 빛나는 표징이 될 것입니다.
제주교구 감목 문창우 비오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