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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WYD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방종우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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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사회에서 가난을 직접 체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비된 도로, 고층 빌딩, 고도의 편의성을 자랑하는 상점들과 대중교통 수단을 갖춘, 이미 고도로 발달한 사회 안에 편입돼 있는 이상, 가난을 삶의 체험으로 받아들이는 데엔 한계가 존재합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를 계기로 방문한 캄보디아는 분명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비포장도로와 전쟁의 상흔, 교육 기회 부족의 환경에서 캄보디아 젊은이들,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헌신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삶.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하느님을 알고 느끼며, 그분을 향한 갈망으로 살아가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WYD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캄보디아 젊은이들의 눈빛은 유난히 깊고 진지하게 반짝였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각 지역 교회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을 전 세계 많은 젊은이가 떠올랐습니다.

문화와 역사·환경은 제각기 다르지만, 하느님께서는 어느 곳에서든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미발달된 환경에서도 하느님을 알고자 기도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들을 가난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반대로 물질적 풍요와 편의 속에 신앙이 희미해져 가는 우리 삶을 과연 부유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WYD는 서울에서 개최되지만, 특정 도시나 국가만의 행사가 아닌 전 세계 청년들의 축제이며 신앙의 만남입니다. 그 자리는 어떠한 문화적·경제적 배경을 지녔든 상관없이 하느님께서 젊은이들과 함께 활동하시는 현장입니다. 물론 모든 청년이 물리적으로 함께할 수는 없지만, 레오 14세 교황님의 방한 소식만으로도 이미 마음으로 함께하는 캄보디아 청년들을 마주했습니다.

그들은 직접 참가하지 못하더라도 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도하며, 이 기간 영적으로 동참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바탐방지목구 방문 첫날 담당 신부님은 “우리 일행 덕분에 평소엔 모이기 어려운 수많은 청년이 한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우리에게 가장 특별한 손님입니다. 내일은 특별한 친구가 될 것이고, 마지막 날에는 특별한 가족이 돼 있을 것입니다.”

이 말처럼 방문 마지막 날 우리는 청년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진정한 가족이 되어있음을 체험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을 찾게 될 또 다른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에 모일 전 세계 청년들 역시 처음에는 특별한 손님으로, 이후에는 점차 친구가 되고 마침내 서로에게 특별한 가족이 돼 있을 것입니다. 이미 그 만남은 시작됐으며, 한국 교회는 그 가족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WYD는 그렇게 이미 시작됐습니다.


방종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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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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