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5일 바티칸 사도궁 클레멘티나홀에서 재로마 한인 사제 및 수도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이 로마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사제와 수도자들에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향한 격려와 당부를 전했다.
교황은 현지 시간 5일 로마에서 재로마 한인 사제 및 수도자들과 만나, 서울 WYD가 한국 교회의 기억과 세계 청년들의 미래가 만나는 자리가 되길 기원했다.
이날 만남은 낮 12시 33분부터 20여 분간 바티칸 사도궁 클레멘티나홀에서 이뤄졌다.
교황은 사제와 수도자들에게 이탈리아어로 "La pace sia con voi(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E con il tuo Spirito(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화답했다.
이어 교황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교황은 한인 사제, 수녀, 수사들을 로마에서 만나는 기쁨을 전하며,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기억이 있는 로마에서 한국 교회가 받은 신앙의 뿌리를 되새기고 새로운 선교적 열정을 얻길 희망했다.
특별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각별한 인사를 전했다. 또 교황청립 한인신학원 설립 25주년을 맞아 신학원 공동체에도 축하의 뜻을 전했다.
"한국 교회, 참으로 특별한 역사"
레오 14세 교황은 자발적으로 싹을 틔운 한국 교회 역사에 대해 "참으로 특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교회의 역사에서
'기억'과
'희망'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짚었다.
'기억'에 대해서는 "소소한 향수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이자 그분께서 오늘날 우리 손에 맡기신 것에 대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희망'에 대해서는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굳게 믿는 가운데 그 어떤 어둠도 마지막 순간에 드리우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한국 교회가 순교자들의 증거 위에서 성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한국 교회의 두 번째 사제이자 '땀의 순교자'인 가경자 최양업 신부를 언급하며 "가경자의 증거는 매 순간 자신의 삶을 바치는 이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삶을 내어주는 이들의 순교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교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불림을 받았다"며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이웃에게 내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혼자가 된 이에게 이웃이 되어 주고, 지친 이에게 일어설 힘을 주고, 멀어진 이를 찾아 나서달라"고 했다.
또 "용서할 용기, 다시 시작할 용기, 대화할 용기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그리스도와의 우정을 지켜달라"
레오 14세 교황은 사제와 수도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와의 우정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교황은
"성체성사에서 양분을 얻고,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침묵과 기도를 통해 우정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또 "교구와 수도회, 공동체가 지닌 다양한 경험을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웃을 경쟁자로 여기지 말고 그 안에서 형제이자 동반자를 발견하며 맞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화해의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교황은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고통스러운 상처를 안고 있다"며 "항상 화해의 사람이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평화는 각자의 마음과 일상적인 관계에서 시작된다"며 "판단하기보다 듣고, 미움을 쌓기보다 용서하며, 반목이 아닌 일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복음이 한반도의 모든 곳, 세계 모든 지역에서 자유롭게 선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도하자"고 했다.
"WYD, 기억과 미래의 위대한 만남"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교황은 "선교 국가였던 대한민국이 선교사를 양성하는 국가가 됐다"면서 "이는 신앙 선조들의 믿음과 희생이 맺은 값진 열매"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억은 선교를 이루고, 선교는 희망에 열려 있다"며 "
다가오는 세계청년대회는 이 모든 진리를 가시적으로 드러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순교자들의 증거를 통해 복음이 자라난 한국 땅을 찾아올 것"이라며,
"기억과 미래의 위대한 만남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끝으로 묵주기도에 봉헌된 10월을 맞아 참석자와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여정을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께 의탁했다.
아울러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과 복자들이 동반하는 가운데, '기억의 수호자, 희망의 증거자, 평화의 일꾼'이 될 수 있는 힘어 되어주길"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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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남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을 비롯해 정연정·한현택·정다운 몬시뇰과 일반 사제 103명, 수녀 65명 등 모두 169명이 참석했다.
교황은 연설이 끝난 뒤, 한국인 사제 및 수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재로마 한인 사제와 수도자들이 5일 레오 14세 교황에게 선물한 테니스화. 교황청립 한인신학원 제공
재로마 한인 사제와 수도자들은 교황에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로고 조형물, 그리고 한국 업체 vitro가 제작한 테니스화를 선물했다.
테니스화는 교황의 발 크기에 맞춰 특별 제작된 것으로, 교황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교황은 인스타그램에 재로마 한국인 사제와 수도자들을 만난 사진과 내용을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