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교구 청년대회 참가자들이 3일 국제청년미사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유럽에서 열리면 '갈 수 없겠구나' 생각했을 텐데, 가까운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나도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기다리는 일본 청년들의 목소리다.
10월 3일 도쿄대교구 청년대회(TYD, Tokyo Youth Day)에 참가한 일본 청년들은 서울 WYD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먼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로만 여겼던 WYD가 이웃 나라 한국에서 개최되면서 자신도 참여할 수 있는 대회로 다가온 것이다.
교황과 함께하는 미사부터 한국 청년들과의 우정, 한일 양국의 역사에 관한 대화까지, 일본 청년들이 서울 WYD에서 기대하는 것은 대회 참가를 넘어 서로의 신앙과 삶을 나누는 만남이었다.
■ "이번엔 우리도 갈 수 있어요"
무라야마 미유우(26·다카나와본당) 씨에게 한국에서 열리는 WYD는 이전 대회와 다르게 다가온다. 먼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라면 자신과는 거리가 먼 행사로 여겼겠지만, 한국은 같은 아시아이고 이웃 국가이기 때문이다. 무라야마 씨는 "WYD 십자가가 일본을 순례했을 때 '다 함께 가자'고 말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에노모토 키요코(31·기요세본당) 씨 역시 서울 WYD가 참여에 대한 희망을 키워줬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열리면 참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겠지만,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모리타 키리(26·하치오지본당) 씨는 서울 WYD를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열린다면 '갈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느끼겠지만,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나 자신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서울 WYD는 일본 청년들에게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멀게 느껴졌던 세계청년대회가 직접 참여하고 다른 청년들과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로 다가오고 있었다.
■ 서울 WYD에 기대하는 것은
서울 WYD에 가장 기대하는 것을 묻자, 청년들은 저마다의 바람을 이야기했다.
무라야마 씨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에서 개최됐던 이전 대회들보다 아시아 청년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다양한 나라의 청년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했다.
후쿠하라 소라(26·비신자) 씨는 세계 청년들에게 아시아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 WYD를 계기로 아시아를 처음 방문하는 청년들에게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가 얼마나 좋은지 소개하고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에노모토 씨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세계 각국 청년들과 교황이 함께하는 미사다. "세계 청년들과 교황님 미사에 참석하는 것을 정말 하고 싶어요. 정말 그뿐이에요."라고 답했다.
모리타 씨는 한국 가톨릭 청년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고 우정을 쌓는 일은 서울 WYD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다.
■ 청년 활동부터 AI와 역사까지
TYD에 참가한 한국 순례단이 2일 도쿄한인본당 청년들과 만나고 있다. 도쿄한인본당 청년회 제공
일본 청년들이 한국 청년들과 나누고 싶은 대화는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라야마 씨는 "한국에서는 청년들의 활동이 다양하고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또 "그들에게 신앙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에노모토 씨도 한국 청년들의 신앙 생활에 관심을 보였다. "일본보다 청년들이 많고 활동도 활발한 한국 교회의 경험을 배우고, 이를 일본에 적용해 청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대로 일본 청년들의 활동도 소개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대화의 범위는 사회적 고민으로 확장된다. 에노모토 씨는 "AI와 일, 가족 등 청년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한일 양국의 역사도 빼놓을 수 없는 대화 주제다.
후쿠하라 소라(26·비신자) 씨는 "한국 청년들과 역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소엔 무거운 역사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지만, 한국의 가톨릭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모리타 씨도 한국 청년들이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했다.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한국 청년이 일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싶다"고 전했다.
■ "신앙을 드러내는데도 용기가 필요해요"
일본 청년들의 이야기는 신앙을 이어가는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천주교 신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1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환경에서 신앙 활동을 이어가는 일은 청년들에게 또 다른 과제가 될 수 있다.
후쿠하라 씨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3년 전부터 청년 활동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중요한 것을 돌아볼 여유를 갖기 어렵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어 "세례까지 받진 못하더라도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이 중요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모리타 씨는 일본 청년 신자가 적고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면서도, 청년들이 모여 활동하는 현장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활동을 그만둔 청년이 다시 공동체로 돌아오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며, 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
한국 순례단이 3일 TYD 국제청년미사에 함께 하고 있다. 도쿄한인본당 청년회 제공
TYD에 참가한 조직위 봉사자 송승미 벨리나(36·WYD 조직위원회 YF문화예술팀) 씨는 일본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인상 깊었던 점으로 신앙을 공개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꼽았다.
송 씨는 "일본에서 신앙을 공개하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천주교 신자라는 걸 말하면 사람들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이유에서다.
송 씨는 "한국에도 다양한 종교가 있고 종교 간 갈등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면서 "현대 사회에서 신앙을 지키고 이어가는 일 자체가 어쩌면 순교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일본 청년들 공감했다"고 전했다.
■ 국경도 언어도 넘어…"이곳이 하느님 나라"
송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일본 청년들과 함께 순례한 뒤 여러 나라 청년들이 한데 모여 사진을 찍던 때다.
칸다성당에서 1시간 정도 걸어 세키구치 주교좌성당에서 한인 청년회와 WYD 봉사자, 일본 청년들이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미얀마와 베트남 청년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송 씨는 이들에게도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청년들은 웃으며 달려왔고, 모두 함께 사진을 남겼다.
그 순간 송 씨는 이경상 주교가 들려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국경이나 언어를 창조하셨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으며, 하느님 나라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모두가 하나 되어 사는 곳이라는 말씀이었다.
송 씨는 그러면서 "바로 이곳이 하느님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디"고 전했다.
■ 같은 열망, 비슷한 현실
일본 청년들이 서울 WYD 참가를 기대하는 마음은 크지만, 실제 참가를 결정하기까지는 현실적인 고민도 뒤따른다.
송 씨는 일본 청년들에게 내년 서울에 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때 선뜻 확답을 듣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회사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 휴가를 낼 수 있을지, 업무에 지장은 없을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한국 청년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바쁜 일상 속에서 봉사에 충분한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서로 다른 교회 문화와 사회적 환경 속에서도 두 나라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닮아 있다. 신앙을 이어가면서 바쁜 일상을 살아내야 하고, 청년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떠난 이들의 발길을 다시 돌릴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고민에 귀 기울이며 함께할 방법을 찾으려는 마음은 국경을 넘어 이어진다.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열리는 서울 WYD. 일본 청년들이 품은 '나도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내년 여름 서울에서 새로운 만남과 연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