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이다 - 처음과 같이 끝에서도
“삶의 시작도 끝도 모든 이에게 한가지다.” (지혜 7,6)
어느 겨울, 2박 3일의 대침묵 피정에 참여했습니다. 현실에 쫓겨 매일을 톱니바퀴처럼 살던 중 도망치듯 온 피정은 저에게 꿀같은 휴식을 선물했습니다. 피정 내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멀리했던 성경을 들추고 틈이 나는 대로 기도를 바쳤습니다.
이틀째 이른 아침 성당에 앉아 짧은 기도 후에 눈으로 뒤덮인 산속을 홀로 산책했습니다. 자박자박 눈 밟는 소리, 바스락바스락 으스러져 굴러다니는 낙엽 소리, 쉬이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 얼어붙은 공기를 뜨겁게 비추던 태양, 코끝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 이 모든 것들이 문득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분의 현존을 강렬하게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주님… 마음속으로 그분의 이름을 외치며 부리나케 방으로 달려가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께서 주신 이 글과 곡을 당신께 돌려드립니다.
주님, 나에게 생명이 주어진 순간부터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내 모든 삶을 당신께 맡기고, 오늘 하루도 그렇게 살아 가려 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