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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 존엄성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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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자 도움으로 머리를 감고 있는 말기 암환자가 원목담당 나혜순 수녀와 악수를 하고 있다.
 
 
죽음 앞둔 말기암 환자 사랑으로 돌봐
의사 간호사 사목자가 다학제적 접근
자원봉사자 52명이 환자 보호자 부축


   "모든 걱정 사라지고 희망 솟아오르네~ 항상 도와주옵소서 인자하신 어머니~♪"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별관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65살 위암 말기 환자인 안젤라씨가 창문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미용 봉사자가 환자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동안 봉사자 네댓 명이 환자를 둘러싸고 성가를 불러준다.

 "이분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는데 죽음을 잘 준비하고 계십니다. 대세도 받으셨어요."(나혜순 수녀)

 환자 곁에 있던 원목담당 나 수녀는 "이곳은 하늘나라로 떠나기 전에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머리손질이 끝나자 안젤라씨가 옅게 웃으며 나 수녀에게 손을 내민다. 나 수녀는 그의 손을 어루만져줬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 있다. "내일 해드릴게요"라는 말이다.

 10년 넘게 봉사해온 예은주(안젤라, 51)씨는 "환자들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해드린다"며 "내일은 없다"고 손사래 쳤다. 죽음을 앞둔 환자인 만큼 내일을 약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은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그러나 이곳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사랑으로 돌봐주는 곳이지, 죽음을 재촉하는 병동이 아니다. 그럼에도 호스피스병동은 죽으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팀장 라정란(헨리코) 수녀는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죽음 그 자체에만 머물러 있다"며 "일반병동에서 준비 없이 돌아가시는 환자들과 호스피스병동에서 잘 준비해서 돌아가시는 분을 보면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완화의학과 전문의 3명과 간호사 18명, 자원봉사자 52명의 손길로 운영된다. 센터는 의학적 치료가 무의미한 말기 암환자들이 인간 존엄성을 잃지 않고,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를 신체적ㆍ정서적ㆍ사회적ㆍ영적 등 총체적으로 돕기 위해 의사ㆍ간호사ㆍ사목자 등이 팀을 이뤄 다학제(多學際)적으로 접근한다. 봉사자들은 이발 및 목욕봉사와 함께 기도를 해준다. 병간호에 지친 보호자들에게 점심식사도 대접한다.

 센터는 환자들 신체 통증만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응어리나 갈등을 풀 수 있도록 화해의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환자는 평균 15일에서 한 달 가량 입원한다. 지난 한 해 입원한 환자 650여 명 가운데 250여 명이 이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치료 상황에 따라 장기간 입ㆍ퇴원을 반복하는 환자도 많다.

 뇌종양을 앓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딸 정은영(유스티나, 50)씨는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시기 전까지 외롭지 않게 해드리려고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겼다"면서 "친절하고 사랑으로 가득한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통해 고통을 이길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보호자 교육을 통해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섬망 증세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도 보호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죽음을 슬프고 무섭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는데 여기서 죽음도 탄생처럼 삶의 부분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4년 동안 말기 암 환자들을 돌봐온 강경자(가타리나)씨는 "환자들 발마사지를 해주고 대화를 나누면서 환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운다"며 "너무 막바지에 오셔서 도움을 못 받고 돌아가시는 분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라정란 수녀는 "어려웠던 시절에는 가난한 이를 위한 자선진료가 가톨릭 병원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새로운 몫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 서울성모병원(옛 강남성모병원)에서 10개 병상으로 국내 첫 병동형 호스피스를 시작한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2009년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말기암환자 전문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문의 : 1588-1511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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