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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절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교회일치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오순절운동 추종자들은 5억 명에 이르며 한국에도 상당히 많다.
오순절운동은 교회에 소속되지 않은 다수 단체들과 관련돼 있으며 일치를 이룰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남미교회에서는 오순절운동이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매년 신자 1를 잃고 있는 브라질 가톨릭교회는 20년 후에 신자가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학적 대화나 논쟁을 통해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적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오순절주의에 직면한 지금, 우리 스스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목적으로 어떤 것을 소홀히 해 왔고 또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되고 관료주의적으로 경직돼 있지는 않은지, 영세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복음화는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가난하고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안정적이고 부유한 그리스도인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1970년대 이후 교회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한 카리스마운동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 1억 2000여만 명(전체의 11)이 카리스마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이들은 미래 교회는 카리스마적ㆍ복음주의적 성향이 조금 더 강해질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이러한 다원주의 상황에서 교회 일치는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베드로 사도의 직무였던 일치의 봉사직은 새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교구ㆍ주교회의ㆍ국제 수도회 공동체들 간 수평적 친교가 확장돼야 한다. 우리는 다양함 안에서 일치를 통해 보편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획일화와 무질서한 다원성을 뛰어 넘어 균형을 잡으면서 `가톨릭적인 것`의 이상과 실재를 새로이 발견하고 실현해야 할 것이다.
`가톨릭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정체성을 찾고 일치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으로부터, 그분을 향해 교회는 살아간다.
그러므로 쇄신은 일차적으로 영성적 과제다. 모든 제도개혁은 영적쇄신과 함께 시작돼야 한다. 영성심화 없이 이뤄지는 활동과 개혁은 공허함만을 가져올 뿐이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고백은 교회를 결속하게 하고 교회의 시선을 열어줘 가시적 경계선을 초월하게 해준다. 교회 본질은 선교다. 선교를 통해 교회는 모든 문화 안에서 하나의 말씀(Logos) 씨앗들과 흔적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하나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기관인 동시에 영적이고 보편적인 실재다. 교회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위기에 처해 있었으며 세상 마지막 날까지 위기 상황에 놓여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끝날까지 그리스도는 교회 곁에 계실 것이다. 그러므로 위기는 결단의 시간이기도 하다.
유럽교회를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교회 위기는 성장을 위한 위기로 생각할 수도 있다. 오늘날 교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회 외형은 변하지만 본질과 사명은 변하지 않는다.
수많은 갈등과 분쟁으로 주름진 세계 안에서 교회는 인류를 화해시키고 전인간적이고 우주적 의미의 세계화를 위해 투신할 수 있다. 그럴 때 교회는 일치와 평화, 그리고 화해의 상징이자 도구로서 극도로 불안해진 세상 속에서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먼저 그것을 확신해야 하고 그 확신을 삶을 통해 드러내야 할 것이다.
▨오순절운동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프로테스탄트교회 신앙운동. 기성 교단의 엄격한 교리와 신조(信條), 생명력 없는 의례를 배격하고, 성령의 직접적 체험(성령세례와 은사체험)에 더 의존한다. 신앙의 역동적 표현과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선교전략으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 교세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성장은 가톨릭교회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가시적이다. 국내에서는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대표적 오순절 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