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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띄우는 편지] 형님 방윤석 베르나르도 신부님께

방경석 신부(대전교구 온양 신정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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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이름 방윤석 형님께.

 가을비가 종일 내리는 하루였습니다. 형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어느덧 100일이 되어가네요. 푸르던 나뭇잎이 낙엽이 되어 구르는 쓸쓸한 계절을 맞으니, 형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제가 사제의 꿈을 가지게 된 데에는 누구보다 형님 역할이 컸습니다. 형제 사제로서 같은 길을 가는 데도 큰 의지가 되었지요. 함께하는 동안 투정도 부리고 불평도 했지만, 막상 형님과 떨어지게 되자 그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마치 세상에 홀로 남은 것 같은 공허함을 느낍니다.

 형님이 생전 많은 정성을 쏟으셨던 말씀의 전화와 청양 다락골성지 개발, 대전 평화방송 설립은 교회를 위해 이뤄낸 참으로 큰 역사였습니다. 홀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안타까움과 뿌듯함이 아직 생생합니다.

 투병 중에도 자신의 몸보다 본당과 사도직 단체를 돌보기를 우선으로 했던 형님 모습에서 사제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와 공동체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병문안을 위해 형님을 찾았던 신자들은 되려 위로를 받고 돌아왔다고 말하더군요. 이처럼 위로받기보다 위로가 돼주는 모습이 진정한 사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세상 것들을 내려놓고,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는 형님 모습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순교자 후손답게 신앙으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며, 주님 안에 녹아 들어가는 면형무아(麵形無我)를 이루는 모습은 참으로 사제다웠습니다.

 형님께서는 늘 감사의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모든 것에 감사한다"며 강복을 주고 떠나가셨지요. 이제는 남은 이들이 형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릴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에게 주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셨고, 아름다운 만돌린 선율로 행복하게 해주셨고, 열정적 삶의 모습으로 주님을 만나게 해주셨으니까요.

 여전히 많은 사람이 형님을 잊지 못해 묘지를 찾고, 연락해옵니다. 여러 사람이 이토록 아쉬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새삼 `형님께서 사람들 마음 안에 예쁜 씨앗을 많이 뿌려 놓으셨구나!`하고 느낍니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는 날까지 그리움은 그림자처럼 저를 따라다니겠지요. 그러나 그 그리움은 주님 안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형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질 것을 믿습니다.

 성모님을 사랑하셨던 베르나르도 성인처럼 성모님을 특별히 사랑하고, 성모님께 의탁하며 살아오셨던 형님, 천국에서 뵐 때까지 주님 안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살아 생전 마라톤을 즐겨했던 방윤석(왼쪽) 신부는 `로만칼라 마라토너`로도 유명했다.
방윤석·경석 형제신부가 100㎞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달리고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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