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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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을 보내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생사 갈림길에서 생명 주고받는 ''사랑의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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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가톨릭 이념을 구현하는 `의학의 꽃` 
가족 상담과 함께 적합성 검사 엄격한 절차 거쳐
이식 대기자만 2만 8000여 명, 뇌사자 기증자 1872명


 
▲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간호사들이 수술 전 장기기증 뇌사자를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 장기기증은 죽음의 문턱에 있는 이들에게 생명의 빛을 선사하는 귀한 선물이다.
장기기증 신청은 서울 한마음운동본부 인터넷 누리방(www.obos3042.org)과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02-2258-1158) 등에서 할 수 있다.
 

   2009년 한 음주 운전자가 엄마 손잡고 소풍을 가는 9살 어린이를 쳤다. 엄마는 목숨을 건졌지만 아이는 뇌사상태에 빠졌다. 갑작스럽게 자식을 잃은 부모는 상실감과 슬픔으로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고, 아이는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부모의 품을 떠났다.

 올 2월 가톨릭대 의대생 차효정씨가 스키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두개골 절제술과 혈종제거술을 받았다. 차씨는 집중치료를 받았음에도 뇌사판정을 받았고, 부모는 평소 딸의 뜻대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차씨가 기증한 심장ㆍ간장ㆍ췌장과 신장 2개, 각막 2개는 6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간경화를 앓던 황애선(가타리나, 52)씨는 2년 전 갑작스러운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했다. 환자복을 찢어 입어야 할 정도로 복수가 찼던 황씨는 지난해 8월 같은 혈액형의 간을 공여한 뇌사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하루가 제게 주어졌고, 지금 이 순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운전하고 걸을 수 있다는 것도요."

 황씨는 간 이식 수술을 받으면서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이식받았다. 김이 올라오는 따뜻한 밥 한술을 뜨기 전에 항상 생명을 준 뇌사자를 위해 기도한다. 황씨는 올 2월 세례를 받았다.

#김 추기경 각막 기증 후 인식 좋아져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센터장 양철우)는 이처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있는 많은 이들의 사연이 넘친다. 생명을 주고 떠나는 이와 생명을 선물로 받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 만나는 `사랑의 교차로` 같은 곳이다. 뇌사자 장기 이식뿐 아니라 조직적합성 검사를 거쳐 살아 있는 사람의 신장이나 간, 췌장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이식도 이뤄지고 있다. 센터에서는 장기기증을 위한 상담과 진료 및 교육 등이 이뤄진다.

 장기이식센터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형숙(마리아, 43) 장기이식 담당 코디네이터(전문간호사)는 "2005년 MBC 프로그램 `느낌표`(눈을 떠요)를 통해 장기기증 문화가 확산하기 시작한 뒤 프로복서 최요삼 선수가 뇌사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하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사후 각막을 기증하면서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장기이식센터에는 장기기증 공여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많다.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공사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진 젊은 대학생, 평생 산부인과 의사로 살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노 교수…. 예기치 않게 닥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들이 내어준 숭고한 희생은 다른 누군가에겐 죽음 문턱에서 받는 생명의 빛이자 귀한 선물이다. 생명의 은인들이다.

 장기이식센터에서 장기기증 공여자와 수혜자 가족들을 따로 만나 상담하고 진료 및 이식 일정을 조정하는 김형숙 코디네이터는 "장기를 기증받는 수혜자들이 각자의 종교를 통해 뇌사자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감사하는 마음이 사회를 버티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간을 이식받고 새로운 삶을 사는 황애선씨는 "장기를 이식해준 뇌사자가 좋은 곳에서 편히 쉬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며 "생을 마감할 때 내게 남은 신체 일부가 누군가에게 생명의 빛을 선사할 수 있다면 기꺼이 기증하고 싶다"고 밝혔다.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주는 이식센터

 우리나라 장기이식의 역사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출발했다. 1969년 3월 당시 서울 명동에 있던 성모병원에서 가톨릭대 이용각 교수팀이 국내 처음으로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하면서 장기이식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장기이식팀은 1980년 개원한 강남성모병원으로 이전했고, 2009년에 개원한 서울성모병원이 장기이식센터를 통해 장기이식의 역사를 잇고 있다.

 장기기증은 엄격한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뇌사 추정자가 발생하면 신고가 들어와 즉시 이송팀을 파견한다. 가족 상담과 함께 주치의 면담, 장기기증 적합성 판단을 거친 후 보호자 동의를 얻으면 병원으로 이송한다. 신경과ㆍ마취과ㆍ신경외과 의사와 사목자 등으로 구성된 뇌사판정위원회가 뇌사를 판정하면 장기기증 적합성 검사를 거친 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수혜자를 선정하게 된다.

 2011년 12월 말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2만 8318명, 장기를 기증한 뇌사자는 1872명이다. 장기기증을 서약한 사람은 82만 6647명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이식은 생체기증자에 의한 장기이식이 80를 차지한



가톨릭평화신문  20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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