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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수녀의 성경말씀나누기] 마르코 복음서(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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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에 대한 해설은 전도자·개종자
모두 들어야 할 위로이자 권면의 말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 (4, 10~12)

이번 학기 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개신교 여학생은 인도 선교를 꿈꾸며 매 주말 가두 선교를 하고 있다.

짐작한 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척만척 냉담하게 지나가지만, 개중에는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복음을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씨 뿌리는 사람’의 수고와 보람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이 젊은이의 열성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저 대견스럽기만 하다.

초대교회 전도사들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을 전하며 이같은 체험을 하였던 것 같다. 왜 사람들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왜 그렇게도 못 받아들이는 것일까?

복음 전도사들의 안타까운 체험이 제자교육 형식으로 나타나 있다. 예수님께서 홀로 계실 때에 ‘그분 둘레에 있던 이들’, 곧 열두 제자를 포함한 예수님의 제자들이 따로 와서 비유들에 관해서 질문한다(10절).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는 하느님 나라를 알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지만, 믿지 않는 ‘저 바깥 사람들’(11절)에게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다고 말씀하신다.

그 이유는 바로 제자들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도록 하여 그들이 회개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미리부터 막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어째 좀 이상하지 않은가? 평소 누구나 알기 쉽게 이끄시는 예수님의 언행으로 보아 그분의 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부분은 예수님의 말씀이라기보다는 초대교회에서 유다인들의 그리스도 불신 현상을 예정론과 묵시문학적 사고를 빌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신비(미스테리온)’라는 말은 원래 종말의 비밀을 나타내는 묵시문학적 낱말인데, 여기에서는 ‘하느님 나라에 관련된 지식’, 곧 하느님의 계시나 은총 없이는 전혀 얻을 수 없는 신비한 지식을 암시한다.

마르코는 이런 신비한 말씀의 뜻을 오직 13~20절의 우의적 해설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해설 (4, 13~20)

앞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는 씨 뿌리는 농부의 자세에 초점이 맞춰진 데 비해, 비유에 대한 해설에서는 ‘말씀’을 듣는 이들의 자세로 그 초점이 옮겨진다.

복음서 기자들은 전도에 어려움을 겪는 전도자들을 격려하고 신앙생활이 미흡한 신도들을 훈계하려고 이런 해설을 시도했던 것 같은데,‘복음’을 뜻하는 ‘말씀’의 사용, 박해를 시사하는 말, 세속적인 걱정을 경고하는 말 등이 당시 교회의 상황을 암시한다.

비유 해설에서는 씨가 뿌려지는 네 가지 경우의 밭, 곧 ①길 위, ②돌밭, ③가시덤불, ④좋은 땅에다 사람의 경우를 대비하여 말씀이 ①길에 뿌려지는 사람들, ②돌밭에 뿌려지는 사람들, ③가시덤불 속에 뿌려지는 사람들, ④좋은 땅에 뿌려지는 사람들로 구조화한다.

‘씨는 복음의 말씀, 밭의 토양은 사람의 마음(밭-사람, 토양-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뜻만을 파악하면 그만인 비유 양식을 이렇게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내는 우화(알레고리)처럼 파악하여 우의적인 해설을 덧붙인 것이다.

여기서,‘씨 뿌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지만 앞뒤 문맥으로 보아 ‘전도하는 사람’일테고 ‘좋은 땅에 뿌려진 사람들’은 개종자가 될 것이다. 씨앗 허실의 묘사에서 길 위의 씨를 쪼아먹는 새들은 사탄으로(4→15절), 돌밭의 싹을 시들게 하는 해는 무서운 박해자로(6→17절), 숨을 막게 하는 가시 덤불은 세상 걱정이나 재물의 유혹 등 여러 가지 욕심으로(7→19절) 대치한다.

이처럼 비유에 대한 해설은 전도자와 개종자가 모두 들어야 할 위로이자 권면의 말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이라 자처하고 있는 우리는 어떤 땅에 뿌려지는 사람들일까? 이왕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그리스도인이라면 좋은 땅에 뿌려진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씨앗의 허실을 막을 수 있도록 장애물을 치우고, 신앙의 벗들과 더불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최혜영 수녀 (성심수녀회.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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