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대표적 빈민촌 나보타스에는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신부가 있다. 깔로칸교구 성 로렌조 루이즈 본당 알랜 로페즈(Allan V. Lopez, 성 도미니코수도회) 신부다.
단원들이 빈민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로페즈 신부의 배려 덕이다. 알랜 신부는 한 달 전부터 민박 신청을 받고, 어려운 가정에는 반찬까지 대주며 손님맞이를 거들었다.
로페즈 신부가 이 본당에서 사목한 지는 7년째. 가난하고 게으른 신자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세 차례 거리로 나가 미사를 봉헌하는 그는 얼마 전 목돈을 들여 성능 좋은 음향시설을 구입했다. 미사에 참례하지 않고 집과 골목 여기저기서 빈둥대는 사람들 귀에까지 하느님 말씀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로페즈 신부는 부임 직후 신자들이 신앙 안에서 서로 의지하고 살도록 40개가 넘는 소공동체를 만들었다. 현재 성당은 지난해 큰 태풍으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 공사를 시작했지만 하루 벽돌 몇 장 올라가는 게 전부다. 주일 헌금은 4000페소(2만원)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서 성전건립은 꿈도 못꾼다. 그런데도 본당은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200명이 공부하고 있다.
로페즈 신부는 "필리핀 사람들의 가난을 동정하기 보다는 신앙으로 가난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 사람들은 서로 사랑할 시간이 있다는 자체에 감사하며 산다"며 "그들의 행복의 열쇠는 `신앙`과 `단순한 꿈`에 있다"고 귀띔했다.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