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며, 평화를 간절히 빕니다. 세상 사람들은 하나의 인류 가족 구성원으로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 가정과 사회의 평화
가정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 위에 세워진 것으로 개인과 사회를 위한 `인간화`의 첫 자리이며 `생명과 사랑의 요람`입니다. 그래서 가정은 인간 생명의 토대 위에, 모든 사회 질서의 원형으로 하느님께 제정된 최초의 자연 사회라고 정의합니다.
가정은 처음으로 평화를 가르치는 꼭 필요한 교사입니다. 그래서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특히 용납될 수 없습니다. 가정은 그 구성원을 교육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권리의 주체가 됩니다. 가정의 권리를 부인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인간에 관한 진리를 흐리게 하여 평화의 기초 자체를 위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구든지, 행여 모르고서라도, 가정 제도를 방해하는 이는 결국은 평화의 으뜸 일꾼을 약화시키는 것이기에 국가나 국제 공동체 전체의 평화를 훼손하게 됩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을 바탕으로 한 가정을 약화시키는 모든 것, 새로운 생명을 책임 있게 받아들이겠다는 열린 자세에 직접, 간접적으로 방해가 되는 모든 것, 자녀들의 교육을 우선적으로 책임질 가정의 권리를 방해하는 모든 것은 평화로 나아가는 길에 명백한 장애가 됩니다.
▨ 하나의 커다란 가족인 인류
사회 공동체를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선 역시 가정 공동체의 기초가 되는 가치들에서 영감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지역 공동체뿐 아니라 국가 공동체의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또한 국제 공동체 자체와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서 살아가는 인류 가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 공동체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의 관대한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공동 인류 가족을 형성하도록 부름 받은 모든 이가 공동으로 가져야 하는 확신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우리는 모두 남자와 여자로서 따라서 형제자매로서 같은 길로 나아갑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의 존재의 가장 깊은 원천으로 인식하고 그분 앞에서 책임 있는 태도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최고의 원리로 돌아가면 우리는 모든 인간의 무조건적인 가치를 인식하여 평화로운 인류 건설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초월적 기초가 없으면 사회는 하나의 커다란 가족을 이루도록 부름 받은 형제자매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단순한 이웃들의 집합에 불과합니다.
▨ 가정과 인류 공동체와 환경
가족은 올바른 관계를 길러갈 알맞은 환경인 집이 필요합니다. 인류 가족에게 이러한 집은 창조주 하느님께서 창의력과 책임감을 가지고 살라고 우리에게 주신 지구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을 돌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또한 모두를 위해 마련된 창조의 재화들에서 많은 경우에 배제된 가난한 이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환경 보호에 비용이 드는 경우에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수준의 발전과 미래 세대와의 연대를 적절히 고려해 공평하게 분담해야 합니다. 지구를 `우리 공동의 집`으로 생각하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돌보려면 일방적 결정보다는 대화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우리의 이 `집`을 함께 관리하기 위하여 더 많은 국제 단체들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더 깊이 확신하는 일입니다.
▨ 가정과 인간 공동체와 경제
가정의 평화를 위한 기본 조건은 모든 가정이 공유하는 영적 윤리적 가치들의 확고한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물질 재화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를 신중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요건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핵가족의 미래를 위협하는 불확실한 전망 때문에 상호 신뢰가 무너질 것입니다.
온 인류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세계화의 결과로 더 통합되고 있는 인류 가족은 공동 가치들의 토대뿐만 아니라 이제 전 세계적 차원에서 공동선에 대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경제를 필요로 합니다.
또한 우리는 자원의 신중한 활용과 부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가난한 나라들을 도와주는 것은 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관료 기구를 유지하기 위한 온갖 형태의 낭비를 피하면서 건전한 경제 논리 기준에 부합해야 합니다. 또한 경제 구조가 오로지 성급한 이익 추구의 냉정한 원칙만을 따라 비인간적인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덕적 의무에 마땅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가정과 인간 공동체의 도덕률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공동 규범을 지킬 때 평화로운 가정 생활이 이뤄집니다. 공동 규범은 이기적 개인주의를 피하고 개인들이 단결하게 하는 것으로, 가족 구성원들의 공존을 증진하고 그들의 활동 방향을 결정해 줍니다. 이 원리는 그 자체로 분명히 지역 공동체에서 국가 공동체, 국제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더 큰 공동체들에도 적용됩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공통된 법이 필요합니다. 이는 맹목적인 방종이 아닌 진정한 자유를 증진하고 강자의 억압에서 약자를 보호해 주는 법입니다. 이 규범이 참으로 실행되도록 보장하려면 법규범의 바탕인 자연 도덕 규범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법규범은 계속해서 취약하고 잠정적인 합의에 좌우되고 말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 세계적인 법 문화의 성장은 국제 규범들 안에 인간을 위한 깊이 있는 내용을 구현하려는 꾸준한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이로써 국제 규범들이 이기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인 명분을 위해 쉽게 조작될 수 있는 단순한 절차로 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갈등 해소와 군비 축소
인류는 오늘날 안타깝게도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깊은 분열과 심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광범한 지역이 긴장 고조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대에 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단결해 특히 핵무기 분야에서 실질적인 비무장화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참으로 필요합니다.
핵 확산 금지 과정에 아무 진전이 없는 이 상황에서, 저는 책임자들이 좀더 확고한 결심으로 발전적이고 상호 합의된 기존 핵무기 폐기에 관한 협상을 추진하도록 강력히 당부합니다.
올해는 사도좌에서 「가정 권리 헌장」을 채택한 지 25주년(1983-2008년)이 되는 해이고, 세계 평화의 날을 거행한 지 40주년(1968-2008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러한 뜻 깊은 기념일들에 비춰, 저는 여러분 모두 한 인류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더 생생한 인식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류의 삶 속에 이러한 확신이 점점 더 많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길 당부합니다. 이러한 확신은 참되고 항구한 평화 건설을 위해 중요합니다. 또한 하느님께 평화의 위대한 선물을 끊임없이 간청하기를 신자 여러분에게 권유합니다. 여러분 모두 기쁜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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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