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게 듣는다
![]() ▲ 정진석 추기경은 새 대통령에게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구심점이 돼줄 것을 요청했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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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교구장 주교가 3500여 명, 보좌주교가 500여 명, 합해서 4000여 명의 주교가 있습니다. 모든 주교들은 5년에 한번씩 교황님을 개인면담해야 합니다. 보통 한해 평균 800여 명이 교황님을 만납니다. 전 세계를 5개 구역으로 나눠 1년에 1개 구역씩 교황님을 만나는데, 아시아도 5개 구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별히 올해는 아시아 주교님들이 교를님을 만나는 해입니다. 원래 2년 전에 예정된 것이었지만 그해 전임 교황님이 선종하시고 새 교황님이 선출되시는 바람에 늦어져서 올해 가게 됐습니다. 주교들이 교황님을 개인적으로 면담하는 것은 베드로 후계자인 교황이 주교들과 하나임을 확인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임무에 충실하자는 뜻을 다지기 위함입니다.
사도좌 정기방문은 첫째 베드로와 바오로 성인의 무덤에 참배하고, 둘째 무덤을 참배하는 기회에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과 개별 면담을 하고, 셋째 교황청 각 부서를 방문함으로써 교황청과 교구간 업무 협조를 원활하게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는 모두 25명의 한국 주교들이 교황님을 개별적으로 만났습니다."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한국교회가 세계 복음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서울대교구의 `복음화 2020 운동`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며 격려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주교들은 교황님을 개별적으로 만날 때 교구 현황을 보고드립니다. 제가 서울대교구의 `복음화 2020 운동`을 말씀드렸더니 교황님께서 무척 기뻐하셨어요. 첫번째 천년기가 유럽을 복음화하고, 두번째 천년기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복음화하는 시기였다면 제 3천년기는 아시아를 복음화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특별히 아시아 복음화 시대를 맞아 2020년까지 복음화율을 2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말씀드리니 교황님께서 함께 기도하며 노력하자고 당부하셨습니다. 교황님은 한국 주교단 전체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한국교회가 아시아교회 전체 복음화에 많은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올해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주제가 `가정은 생명의 터전`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올해 사목교서를 통해 그리스도 신앙인 모든 가정이 새 생명이 싹트는 작은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실 때 가정이 인간 생명의 기초가 되게 창조하셨습니다. 가정이 생명의 기초라는 것은 사실 새삼스러운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 가정이 생명의 기초가 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정은 생명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죠.
1년 동안 임신된 아기 중에서 태어난 아기보다 태중에서 살해된 아기가 더 많을 정도로 생명의 가치가 훼손당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각 가정에서 잉태되는 아기가 인공적으로 낙태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런 뜻에서 `가정은 생명의 터전`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우리나라가 축복받기 위해서는 가정이 생명의 기초가 되는 사회가 돼야할 것입니다."
▲올 봄부터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 교육원이 본격적 활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추기경님께서 교육원 설립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신 것으로 압니다. 영성심리상담 교육원에 대한 추기경님의 기대를 듣고 싶습니다.
"20세기에 물질문명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더 이상 아쉬움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자살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발달한 현대사회는 가난했던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졌기에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정신적, 심리적 고통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이 기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 상담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럴려면 심리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이가 필요합니다. 이에 자격증을 가진 전문 상담가를 양성하기 위해 영성심리상담 교육원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새해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자 북한의 공산정부가 세워진 지 역시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 황해도 감목대리구 8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12월에 황해도 감목대리구 교구장대리를 임명하셨는데요,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35년간 일제 통치를 겪었습니다. 하느님 은총으로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해방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해방은 남북 분단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남한은 3년 후 UN 감시 아래 총선거를 실시한 후 단독 정부를 수립했고, 북한도 같은 해 자체적으로 정권을 수립했습니다. 지금부터 60년 전 일입니다. 60년 간 남북이 따로 살아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건국 60주년이 남과 북이 서로 화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해방 당시 북한에는 신자 5만5000여 명과 58개 성당이 있었습니다.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성직자, 수도자들이 모두 잡혀가고 성당과 공소는 모두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교회는 사라진 셈이죠. 지금까지 지하에서 몰래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000명이니 3000명이니 하지만 어쨌든 공개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없는 곳이 북한입니다.
북한에는 평안도를 관할하는 평양교구와 함경도를 관할하는 함흥교구, 그리고 덕원면속수도원구가 있습니다. 황해도는 서울대교구 소속입니다. 모두 침묵의 교회죠. 황해도는 1928년 감목대리구가 된 후 아직까지 교구로 독립이 안된 상태입니다. 제가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으며, 황해도는 서울대교구의 일부이기 때문에 역시 제 관할입니다. 평양교구와 황해도 감목대리구 두곳 모두 교구장 대리를 임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