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회는 왜 `농민주일`을 제정하고 농촌사도직 활동 전개와 함께 생태적 삶을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는가?
이 질문에는 정진석(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이 2006년 6월에 낸 사목서한의 답변이 적합할 듯하다. 정 추기경은 이 서한에서 "인간은 모든 피조물을 `살림`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완성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창조 질서의 완성`을 뜻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살림을 통한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신학적 배경을 한국교회 주교단이 1994년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를 통해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한 것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이후 15년간 한국교회는 가톨릭농민회와 협력, 각 교구 본당마다 직매장을 설치하고 도ㆍ농연대 실천운동을 전개함으로써 피폐해져 가는 농촌을 살리는데 함께 연대해왔다.
우리농 운동은 특히 생명 가치관의 확립과 생태적 삶의 양식 창출, 공동체적 삶의 실천을 도시와 농촌이 함께 이뤄가는데 중점을 둬 왔으며, 환경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우리농 운동 전국본부는 이에 따라 본당 도ㆍ농협력 분과를 중심으로 생명농산물 직거래 매장 설립과 도ㆍ농 교류 프로그램 전개, `아나바다` 장터 운영, 재생 비누 만들기, 올바른 먹을거리 문화 만들기, 본당 생활공동체 설립 등 다각적이고 실천적 활동을 전개해왔다.
그럼에도 전 세계는 `식량 재앙의 시대`를 맞고 있다. 국제곡물가 급등은 이제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를 예고한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5.3로,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개국 중 26위로, 일본이나 네덜란드 등과 함께 최하위 모둠에 속한다.
환경 재앙과 식량 재앙의 시대, 그 대책은 너무도 확연하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곡물 자급을 위해서는 옥수수 133만ha와 밀 96만9000ha, 콩(대두) 89만2000ha 등 총 319만7000ha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 경작면적 128만6000ha의 2.5배에 달하는 면적이 새로 확보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분별한 난개발로 환경재앙, 식량난을 불러오기에 앞서 이제는 생명 순환적 공동체 복원과 친환경 농업의 새로운 길로 들어가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이 점차 자명해지고 있는 셈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