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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정에서부터
복음화 실천하자
"평신도 자신이 스스로 한국교회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깨닫고, 복음 실천을 위해 앞장서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홍순(토마스) 회장은 올해 한국평협 설립 40돌과 41번째 평신도주일(16일)을 앞두고 7일 가진 인터뷰에서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을 먼저 강조했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태 23,29)는 성경 구절처럼 평신도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자신만의 탈렌트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복음은 평신도주일을 맞아 한국평협이 발표한 강론자료의 첫 구절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평신도에게 자신의 가정과 직장 등 삶의 현장에서 생활을 통해 복음을 실천함으로써 거룩한 사람이 되고 현세에 복음정신을 불어 넣어 질서를 완성하도록 하는 소명을 주셨습니다. 세상 속에서 세속적인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신도의 신분이자 사도직입니다."
한 회장은 미사 때마다 사제가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실천합시다`라는 외침을 흘려듣지 말고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이 구절과 관련해 지난달 열린 세계주교시노드에서 거론된 내용을 들려줬다.
"외국에서는 미사 끝에 우리처럼 `…복음을 실천합시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 (안녕히) 가십시오`정도이죠. 이번 세계주교시노드에서 미사 끝에 덧붙일 구절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모두 70여 개 나왔고, 그 중 추려진 세 개 중 하나가 바로 한국교회에서 사용하는 구절입니다. 평신도의 복음 실천을 위해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 제안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회장은 10월 5~26일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2차 정기회의에 평신도 옵서버로 참석했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주교시노드에 세 차례나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이 모두 하느님 은총 덕분이라는 한 회장은 "이번 주교시노드의 주제가 `하느님 말씀`이었던 것처럼 신자들은 성경을 자주 접하고 가슴에 새기며 실천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신도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소명과 사명을 다하려면, 신자들은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매일 읽어야 하고, 말씀의 실천을 위해 사회교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평신도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평협은 사회교리교육에 이어 지난해 3월부터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는 `평신도학교-공의회과정`을 개설, 평신도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한 회장은 "한국교회는 전 세계 유례없이 평신도 스스로 교회를 세웠다"며 "신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 흘려 순교한 이들의 후손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이들 삶을 본받아 자기 자신이 교회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의 성령강림이라고 불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3년 뒤인 1968년 한국평협이 설립돼 평신도가 교회 주역임을 드러내고, 교구마다 평협을 설립해 평신도 사도직을 촉진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내년 5월 6일이면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등 103위 순교성인 시성 은경축(25주년)을 맞는다"며 "이번 기회에 우리가 사도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리 삶의 집`을 바위처럼 단단한 하느님 말씀 위에 지을 것인지, 아니면 돈과 권력 같은 모래 위에 지을 것인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은 하느님 말씀에 따라 사랑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입니다. 우리 가정부터 훌륭한 복음화의 도구가 될 수 있기 위해서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사랑을 실천하면 온 누리에 하느님의 사랑이 퍼져 평화가 깃들게 됩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