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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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특집-낮은 데로 임하소서] (2) 무료급식소 봉사체험

기도, 따뜻한 고봉밥과 미소 전하는 무료 사랑 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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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인근 노숙자 행려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
음식 준비에 앞서 항상 기도 먼저하는 봉사자들
인근 직장인도 짬 내 봉사, 고봉밥엔 정성 가득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가진 것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나 자신을 위한 씀씀이에 골몰하다 보면 이웃과 나누는 삶에 인색해지게 되는 법이다.
 그런가 하면 평소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이들도 많다.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퍼주고, 홀몸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찾아가 목욕을 시켜주며, 달동네에 연탄을 배달하거나 이주노동자를 무료로 치료해주는 이들….
 이들의 모습에 매번 큰 감동을 받았고, 기자도 그 봉사에 참여하고 싶었다. 그 소망은 결국 `봉사체험기`라는 대림특집 과제를 받고서야 이룰 수 있었다.
 무작정 `한마음 공동체 나눔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한마음 공동체 나눔의 집`(회장 김혜덕, 담당 조창수 신부, 이하 나눔의 집)은 10년을 한결같이 배고프고 주린 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온 무료급식소다. IMF 외환위기 이후 거리로 쏟아져 나온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고자 1998년 8월 설립됐다.
 매주 목ㆍ금요일 저녁 서울역 지하도에서 무료 급식을 하다 2007년 4월부터 거리급식을 중단하고 현 위치에 집을 마련해 실내 급식을 하고 있다. 올해 8월부터 주4회(화~금)에서 주6회(월~토)로 늘렸다.




 
▲ `나눔의 집` 무료급식소에서 봉사자들이 배식하고 있다.
따뜻한 밥과 국을 받아든 노숙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찬바람이 어깨를 움츠리게 한 이른 아침, 일찌감치 서울역 건너편 용산구 동자동 남산자락의 속칭 `쪽방촌` 길목에 있는 나눔의 집을 향해 집을 나섰다. 배식은 낮 12시부터지만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식사 준비를 돕기 위해서다.
 역시 자원봉사자인 윤정애(그라시아, 역삼동본당) 총무가 하얀 앞치마를 건네주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잘 오셨어요. 조금 있으면 주방 봉사하는 자매님들이 오실 거예요. 우선 2층 경당에 올라가 기도부터 하고 오세요."
 윤 총무는 봉사에 기도가 따르지 않으면 내가 잘나서 하는 봉사가 될 수밖에 없고 쉽게 지치기 마련이라고 했다.
 내게 주어진 첫 임무는 급식소 밖 거리청소. 식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길에 떨어진 휴지와 꽁초를 줍고 빗자루로 깨끗이 쓸었다.
 9시 30분이 넘어가자 주방은 봉사자 6명으로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매주 하루 이틀씩 식사 준비를 책임지는 든든한 주부 특공대다. 배식과 설거지, 뒷정리까지 하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띠고 일한다. 심지어 남양주 덕소에서도 먼 거리를 마다않고 몇 년째 봉사하러 오는 이도 있다.


 
▲ `나눔의 집` 베테랑 주방 봉사자가 배식을 하기에 앞서 두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예수님이 드실 음식처럼 준비

 "하루 250~300인분 음식을 뚝딱 만들어 내는 베테랑들이에요. 나눔의 집은 이런 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로 운영되지요."
 과연 식사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좁은 주방에서 여러 명이 식재료를 다듬고 반찬을 준비하려면 동선이 얽히고 산만하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초짜에겐 그 수준에 맞춰 다소 단순한 일거리를 쥐어주는 어머니들의 센스.
 기자에게 주어진 일 역시 쌀포대 나르기, 냅킨 접기 등의 단순 업무. 그리고 행려인들에게 나눠 줄 빵을 일 인분씩 비닐봉지에 나눠 담았다.
 그동안 주방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오늘 식단은 돼지불고기, 두부쑥갓무침, 김치에 근대된장국과 밥. 산해진미는 아니지만 한 끼 식사가 절실한 이들에게는 성찬이다.
 "맛과 영양을 염두에 두고 항상 신선한 최상품의 식재료를 사용해요. 예수님께서 드실 음식인데 소홀할 수 없지요. 금요일을 제외하곤 고기반찬이 끊이지 않게 해요."
 11시 40분쯤 직장인 다섯 명이 배식을 도와주러 왔다. 서울역 인근 직장에 다니는 이들은 매주 한 두 번은 점심시간을 틈타 이곳에서 식판을 나른다.
 "직원들에게 권유해 함께 봉사하러 온다"는 한성우(미카엘, 도곡동본당)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는다"고 말했다.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20대 청년부터 80대 노인까지 하나 둘 문밖에 모여들었다. 서울역 부근 노숙인과 행려자, 인근 쪽방촌에 사는 홀몸노인들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최근 50~60명이 더 늘었다.
 여성 봉사자들이 주방 안쪽에서 배식과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남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직접 식판을 날라드리거나 식사를 마친 후 빈 식판을 치우는 일을 맡는다.
 기자는 뜨거운 국이 담긴 대접을 식판에 올려드리는 일을 했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밥을 퍼드리는 일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으나 `초짜`인 기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여기 밥 좀 허실하게 말고, 한 가득 푹 퍼 줘 봐요."
 "예~ 많이 드세요. 밥은 많이 있으니까요."
 배고픈 이들을 염려하는 봉사자들의 마음은 고봉밥과 대접에 넘실댈 정도로 넉넉한 국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 반찬 좀 더 주세요!`, `국물도 좀 더!` 테이블에서도 주문이 잇따른다. 봉사자들도 기쁜 마음으로 움직임을 재촉한다. 그들의 표정 속에도 뿌듯한 미소가 스며있다.
 윤정애 총무는 "가장 비천하고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처럼 가장 소외된 이들과 밥 한 끼를 나누는 것이야 말로 나눔과 봉사 중의 으뜸"이라고 강조했다.
 따뜻한 밥과 국으로 허기를 채운 이들은 이내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난다. 한번에 4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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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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