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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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성월 특집] ''걸어서 하늘까지'' (1) 도보성지순례, 그 아름다운 도전(총론)

나·우리·하느님 만나는 땀·묵상의 길 떠나볼까. 회개·기도의 순례 … 친교의 기회도. 신앙 선조의 고행 체험·실천에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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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꾸르실료 도입 40돌을 기념해 ‘40일 전국 도보순례’에 참가한 꾸르실리스따들이 2007년 9월 13일 수원교구 죽산성지에 들어서고 있다.
성지순례는 신자들의 마음을 회개시키고 신앙을 길러주며, 사도직 수행에 자극을 준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도보성지순례’를 떠나는 마음이 이러할까. 순교자들의 꽃을 피어나게 하는 마음으로, 그 꽃송이들을 따라가는 걸음걸음은 사뿐하기만 하다.

아스팔트의 후끈한 열기가 청명해지고 낮은 하늘이 키를 높이는 ‘순교자 성월’이 오면, 우리는 짐을 꾸려 도보성지순례를 떠난다. 성인의 냄새가 짙게 밴 성지를 걸어서 찾아가자. 가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만하고 기쁘다.

도보성지순례, 그 아름다운 도전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며 내달리고 있습니다”(필리 3,14).

뒤에 있는 것을 잊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해 무작정 내달려본 적이 있는가. 일상과 속세의 모든 것을 벗고 무언가를 추구하며 달려가기란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에게 녹록한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8일까지 수원교구 ‘제9기 청년 도보성지순례’를 마친 참가자들은 순례를 마친 후 미사에서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휴대폰 문자 보내기에 능숙했던 엄지 손가락은 묵주기도로 바빠지고, 순례의 길을 내달리며 함께 한 이들과 얼싸안고 행복해했다.

참가자 김누리(리나·수원 구산본당)씨는 9일간의 도보성지순례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동안 기도에 대한 의심이 약간 있었습니다. 그런데 9일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바친 기도가 우리에게 다시 전달돼 큰 힘이 됐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통을 겪었기에 이제는 무엇을 해도 다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김씨가 도보성지순례에 나선 것은 순교 성인들의 발자취를 느끼고, 동시에 자신의 지병을 이겨보기 위해서였다. 어깨위에 드리워진 삶의 무게를 제쳐두고 순교성인들을 향해 신발 끈을 동여맸다.

비와 뒤처지는 발걸음이 그를 힘들게 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순례를 통해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격려해가며 무사히 도보순례를 마쳤다. 그는 이번 순례 후 단련된 체력과 믿음, 희망, 자신감 등이 생겨났다고 고백한다.

“우리 모두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건 많은 분들의 기도가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함께 했기에 가능했겠지요. 집에 가면 후유증이 클 것 같아요. 알람 없이도 오전 5시50분이 되면 알아서 눈이 떠질 것 같고, 일어나서 눅눅한 옷 아니면 안 입게 될 것 같고, 티셔츠 입으면 바로 목에 스카프 두르고 있을 것 같고, 비오는 날 우산보다 우비를 입을 것 같고, 밤 11시면 침대가 아닌 침낭에서 자는, 진정한 도보인이 되어 있을 것 같네요.”

왜 도보성지순례인가?

순례란 단순한 관광 여행이 아니다. 성지를 순례하는 것은 본래 지존한 하느님을 만나러 ‘올라가는’ 여행이다. 성지뿐 아니라 성인들의 묘소나 성당 등을 순례하는 것 역시 신자들의 마음을 회개시키고 신앙을 길러주며, 사도직 수행에 자극을 준다.

이뿐일까…. 그리스도인들의 성지순례는 신앙과 기도 안에서 친교의 기회마저 제공해준다. 그리스도의 인도 아래 이뤄지는 순례의 길은 성인의 신앙을 따라가고자 하는 자기의 수련이며, 성지 발전과 활성화라는 종교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도보성지순례는 함께 걷는 이들과 더욱 끈끈한 친교의 정을 쌓고, 편리한 교통수단과 같은 문명의 이기를 멀리하며, 그리스도와 먼저 세상을 떠난 신앙선조들의 힘든 여정을 느끼고 실천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신앙은 삶이고 곧 체험인 것이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순교자들이 가신 길을 따라 나 자신을 낮추고 비우면 하느님이 보일 것”이라며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주님)를 따르는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보성지순례 장려하는 교회

도보성지순례를 떠나는 이들은 다양하다. 청년 뿐 아니라 어르신,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기쁜 마음으로 순례를 떠난다.

현재 각 본당들은 도보성지순례의 장점을 알고 본당의 날 행사 혹은 순교자성월 등을 맞아 도보성지순례를 실시하고 있다. 신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어려움을 함께하며 친교를 다지고, 각자의 신앙심을 높이기 위해선 도보성지순례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전교구 사제단은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8차에 걸친 도보성지순례를 떠나기도 했다. 사제단은 성거산, 솔뫼, 갈매못, 해미, 진산 성지 등 8차에 걸친 순례를 통해 순교자들의 성심을 느꼈다.

청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지난해 마련한 도보성지순례 또한 400여 명의 평신도가 참여해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이라는 염원을 담아 무명 순교자 6인 묘지와 14인 묘지, 성당 터 등을 순례했다.

부산교구도 지난해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시성을 위한 도보성지순례를 실시했으며, 각 사도직 단체들도 순교자들을 기리며 길을 떠났다.

꼭 단체로 일정을 계획하고 도보성지순례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료와 친교를 쌓기는 어렵겠지만, 홀로 짐을 꾸려 도보성지순례를 나서보는 것도 좋다.

각 교구는 현재 신자들이 좀 더 쉽게 도보성지순례를 할 수 있도록 순교성지들을 중심으로 한 순례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또 단체, 개인으로 순례를 마친 이들에게는 인증서 혹은 기념품 등을 수여해 순례의 결실을 더욱 풍부히 거둘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가톨릭신문은 9월 순교자성월을 맞이해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함께 걷고 함께 느끼고자 전국 도보성지순례의 여정을 기자들이 직접 걸으며 묵상한다.

비명에 스러지면서도 하느님을 외면하지 않았던 ‘하느님의 종 124위의 시복시성’을 염원하며 걷는 이 땀과 묵상의 길에 독자 여러분들을 초대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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