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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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날 특집] 선교왕 시골경찰 이만수 경위

어르신들 아들 노릇이 선교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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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수 경위가 가는 곳에는 늘 웃음이 머문다.
 

 "직업 특성상 주민들을 자주 만나 진심으로 대한 것밖엔 없어요. 경찰 업무 특성상 주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니 저절로 선교가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저는 한 게 없는데…."
 
 자신은 한 일이라곤 없는데 취재를 한다니 말도 안 된다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이 경력 27년차 경찰공무원답지 않다. 안동교구에서도 인정하는 시골 경찰 선교왕 이만수(미카엘, 54, 의성본당) 경위는 "선교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며 겸손해했다.
 
 이만수 경위는 지난 6월 예비신자 환영식에서 20명이 넘는 예비신자를 봉헌해 본당에서 선교대상을 받았다. 인적이 드문 탑리공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그만큼 하느님 집으로 데려왔다는 것 자체를 본당에서는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전엔 많아야 5~6명이 고작이었다.
 
 현재 이 경위는 경북 의성군 봉양파출소에서 근무한다. 24시간을 꼬박 일하고 하루를 쉬는 빡빡한 생활이다. `대민 친절 봉사`를 외치는 경찰조직 일원답게, 관할지역을 순찰하며 성실히 치안 유지에 애쓴다.
 
 관내 넓은 곳을 일일이 순찰하는 것도 벅찬데, 이 경위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순찰을 하다 만나는 촌로들에게 하회탈을 닮은 특유의 웃음을 선사하며 안부도 묻는다. 수확이 한창인 요즘은 일손이 달리는 촌로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일을 돕기도 한다.
 
 휴일이나 퇴근 후에는 마을 어르신들과 장기 한판을 두거나 막걸리를 사 들고 말동무가 돼주기도 한다. 동네 어르신들은 친아들처럼 살갑게 대하는 이 경위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지난해까지 2년간 본당에서 하나뿐인 탑리공소를 관할하는 가음면 치안센터장을 맡았을 때는 노인정 등 22곳의 노인복지시설을 모두 찾아가 마을 어르신들께 안부인사를 올리기도 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치안센터장이면 면장 다음으로 동네 유지 대접을 받는데, 이 경위는 아들 노릇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어르신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것 말고는 다른 선교 비결은 없어요. 이렇게 친분이 쌓인 후에 어르신들께 성당가면 더 즐겁고, 또래 어르신들도 많다고 하죠. 그때부터 성당에 발을 들여놓으시는 거지요."
 
 김학록 주임신부는 그런 그를 두고 "선교를 너무 잘해 신부 못 해먹겠다"고 농담삼아 얘기하거나, "타 종교 선교사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는 선교뿐 아니라 본당 일에도 열심이다. 2000년 세례를 받으면서부터 지금까지 연령회 활동을 하고 있고, 5년간 본당 총무를 맡았다. 레지오 마리애 `사도들의 모후` 쁘레시디움 활동도 하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인근 시장 등지에서 가두선교에도 나선다.
 
 지난해부터는 공소부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은 친절과 활동은 선교의 큰 밑거름이 됐다.
 
 이 경위가 선교왕이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탑리공소 서창교(이냐시오, 58) 선교사의 협력활동 덕분이다. 선교에 적극적인 본당 분위기도 한 몫을 거든다.
 
 의성본당은 EM 사용법 강좌 등 환경ㆍ생명강좌 등을 개설해 지역민에게 개방했다. 다문화가정센터를 운영하며 지역 및 사회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고, 지역민 모두가 공감하는 관심사를 성당 안에서 나누는 등 선교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편이다.
 
 하지만 선교왕 이 경위에게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바람에 자신의 관할(?) 밖에 있는 두 아들 인렬(27)ㆍ창렬(23)씨를 하느님 자녀로 만들고 싶다.
 
 "부부만 세례를 받으니 반쪽짜리 가정인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합니다. 곁에 있으면 세례받게 하는 것은 문제도 아닌데 말이죠. 언젠가 하느님께서 자녀로 받아주시겠죠? 허허~"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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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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