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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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주일](2) 수녀가 카페를 차린 까닭은?

커피전문점 ''카페 마인''낸 송연순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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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 곳 없는 여성들에게
삶의 희망을 쏘아 올린다



 
▲ 송연순(앞쪽) 수녀와 봉사자 등이 카페 마인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어떤 걸로 드릴까요?"(종업원)
 
"캐러멜 마끼아또 한잔하고, 음… 카푸치노 한잔 주세요."(손님)
 
 여섯 평 남짓한 작은 카페에 직장인들이 모여든다. 커피 머신이 `윙~` 소리를 내며 원두를 갈아내기 무섭게 종업원들은 밀린 주문에 재빨리 손을 놀린다. 갓 뽑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에스프레소에 거품 낸 우유를 섞고 계핏가루를 치는 솜씨가 제법 능숙하다.
 
 카페는 조금 특별하다. 종업원 중에는 수녀가 있다. 손님들은 수녀가 커피를 만들어 주는 게 신기한 듯 방긋 미소를 짓는다. 서울 대방동 커피전문점 `카페 마인` 1호점(02-825-3275) 점심때 모습이다.
 
 카페 마인을 개업한 송연순(아가타, 살레시오수녀회) 수녀는 "갈 곳 없는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자립심을 키워주고, 삶의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카페 마인은 문 연 지 2개월 남짓이지만 값싸고 질 좋은 커피와 음료, 샌드위치 등으로 제법 소문이 났다. 유한양행 등 인근 직장인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수년간 커피전문점을 운영해온 서혜분(클라라, 50, 서울 오류동본당)씨가 바리스타로 나서 기술을 전수하는 등 봉사자도 생겼다.
 
 미혼모 등 갈 곳 없고 버림받은 젊은 여성들의 생활공간인 `마인하우스` 책임자인 송 수녀는 함께 생활하던 이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도 얼마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고 했다.
 
 "아예 직접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죠. 마인하우스에 사는 이들은 18~24살 젊은 여성들인데,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려 사람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상처가 많아요.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취업은 더욱 힘든 처지예요."
 
 카페 마인 설립은 송 수녀가 몇 해 전 홍콩에 갔을 때 현지 살레시오회에서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한 24시간 편의점 7개를 운영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일자리가 있으면 청소년들이 쉽게 돈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지원시설전국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송 수녀는 2004년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 제정운동에 앞장서는 등 인권 중에서도 사회 약자인 여성인권 회복에 앞장서왔다.
 
 "힘없는 여성과 청소년들이 성매매와 향락산업 구렁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야 합니다. 악덕 업주의 착취 고리를 끊어야지요. 그래서 카페 마인을 냈습니다."
 
 이제 첫 카페를 냈지만 송 수녀는 전국에 24개 지점을 갖춘 커피전문점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내일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을 많이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말도 없고, 늘 풀이 죽어 있던 아이들이 일을 하면서 성격이 무척 밝아졌어요. 일하며 돈을 벌어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지요. 바리스타 공부를 하며 사람들과 자연스레 대화하게 된 아이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카페 마인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지요."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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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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