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대림기획 - 아름다운 기다림] 세례 앞둔 예비신자 설경수씨

“성가정 이룰 준비하며 기쁨 만끽”, 가족 모두 영세했지만 평소 종교에 부정적, 공동체서 봉사하는 아내 모습에 입교 결심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평소 신앙생활에 부정적이었던 설경수씨는 오는 예수성탄대축일 세례를 앞두고 그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성가정을 이룰 준비를 하고 있다.
.

두 개의 초에 불을 댕겼다. 이제 남은 초도 두 개.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설렌다. 네 개의 촛불이 모두 밝혀지면 그는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예비신자 설경수(56·인천 간석4동본당)씨는 12월 25일 예수성탄대축일에 세례를 받는다.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구세주를 기다리는 이들 중 예비신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그들이 신앙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주변 사람들의 기다림은 더욱 진지하다.

설경수씨는 매주일 오전 9시면 부인과 함께 예비신자 교리반이 열리는 성당 교육관에 들어선다. 설씨가 이 문턱에 들어서는 데에는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또한 부인의 간곡한 권유와 기도, 기다림 덕분이었다.

설씨의 부인 김태숙(클라라·55)씨는 원래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그런데 처음 만난 수녀들의 정성어린 기도가 그녀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이끌었다.

5년 전 지병 치료를 위해 경기도 양평 산골마을에 들어간 설씨를 돌보기 위해 김씨는 당시 일산 직장에서부터 양평까지의 먼 거리를 매일 왕복했다. 그 와중에 갑작스럽게 찾아든 뇌출혈.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운전 중에 발발한 뇌출혈 증상으로 인근에 있던 김씨의 언니는 평소 알고 있던 수녀님들께 긴급 도움을 청했다. 수녀님들의 기도 속에 평정을 되찾은 김씨는 응급수술에 들어갔고, 수술 내내 자신의 옆을 지켜준 온화한 미소를 느꼈다.

회복 후 그녀는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를 갖고 곧바로 성당을 찾았다. 하지만 설씨는 달랐다.

“아내에게 당신의 신앙생활은 존중하겠지만, 나에게 입교를 강요하진 말라는 조건으로 성당에 가라고 말했었죠.”

이후 딸과 아들도 모두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 중에 배우자를 만나 성가정을 이뤘다. 그래도 설씨는 주일이면 혼자 집에 있거나, 개인생활을 즐겼다.

“삶에서 종교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나약하거나 늙어서 심신이 쇠약해졌을 때 필요한 의지처라는 생각이 강했지요. 그저 막연히 나에게도 때가 오겠지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인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공동체 안에서 친교를 이루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 평소에도 늘 하던 봉사활동이었지만,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하는 모습이 더욱 의미있게 느껴졌다. 설씨도 가족들이 다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예비신자 교리반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 곁에서 남편의 입교를 기다려온 김씨의 기쁨은 두배였다.

“예비신자 교리를 들으면서 완성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전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말하며 생활해왔거든요. 하지만 이 세상살이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함께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교리를 받는 기간 동안 설씨는 하느님을 체험하고 ‘찐한’ 감동을 느끼고 싶어 종종 조급함도 느꼈다. 하지만 곧 믿고 기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 성가정을 이룰 그 시간을 준비하며, 오늘도 기다림의 기쁨을 만끽한다.


 
▲ 설씨가 입교를 결심한 데에는 아내 김태숙씨의 영향이 컸다.
공동체에서 친교를 이루며 봉사활동에 열심이던 아내의 모습이 설씨의 생각을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주정아 기자 ( stella@catimes.kr )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12-0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7. 6

집회 5장 14절
여러분은 모두 겸손의 옷을 입고 서로 대하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