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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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기획] 그리스도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② 대림 제2주 : 공생활 ③

아직도 자고 있느냐, 이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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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루살렘에는 예수님이 잠꾸러기 제자들의 외면 속에서 혼자 기도하신 곳이라 전해지는 ‘겟세마니 동굴’이 있다.
지금도 현장을 방문해 그 자리에 서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다.”(마르 14,50) 예수님 주위에는 지금 칼과 몽둥이를 든 무리들만 남았다. 예수님은 그렇게 홀로 체포되고, 끌려갔다. 도망친 제자들은 멀리 도망친 뒤에야 가슴을 쓸어내린다. 등불과 횃불을 켜야 했을 정도로 아직도 캄캄한 밤이었다(요한 18,3 참조).

# 조금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예수님은 한밤 중에 올리브 산에 올라가 기도하신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예수님은 고뇌에 싸여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러자 ‘예수님의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졌다.’(루카 22,44)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가면 반드시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올리브 산이다. 예루살렘 시가지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순례객들이 바쁜 일정에 쫓겨 들르지 못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예수님이 잠꾸러기 제자들의 외면 속에서 혼자 기도하신 곳이라고 전해오는 ‘겟세마니 동굴’이다.

지금도 현장을 방문해 그 자리에 서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 외로움만큼 사람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것은 없다. 겟세마니 동굴에서는 세상에 오직 혼자라는 외로움, 하느님마저 등 돌린 것 같은 절대 고독을 묵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자들은 다가오는 고통의 신비를 모른 채 잠에 빠져 있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되었다. 시간이 되어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 가자. 보라, 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마르 14,41-42)

예수님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을 때였다.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유다가 찾아왔다. 그 뒤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바리사이)이 보낸 성전 경비병들이 등불과 횃불과 칼과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

예수님이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나자렛 사람 예수요”라고 대답했다. 예수님께서 “나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들은 놀라서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졌다. 예수님은 유다에게 “친구야, 네가 하러 온 일을 하여라”하고 말씀하셨다(마태 26,47-50).

그때에 시몬 베드로가 가지고 있던 칼을 뽑아, 대사제의 종 말코스를 내리쳐 오른쪽 귀를 잘라 버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성전 경비병들은 예수님을 붙잡아 결박했다(요한 18,4-12 참조).

# 마지막 저녁식사

예루살렘성 시온문을 나오면 작은 주차장이 있고, 그 주차장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윗왕의 무덤이 있다. 그 기념 무덤 건물 2층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만찬을 하셨던 장소가 있다. 성체성사의 신비가 제정된 거룩한 장소인 것이다. 특히 이 장소는 성령이 제자들에게 내린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서서 눈을 감으면 접시와 접시가 부딪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녁 때가 되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으셨다(마태 26,20). 곧이어 성체성사의 신비가 드러난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6-28)

이런 엄숙한 시간에 제자들은 자리다툼에 여념이 없다. 사도들 가운데에서 누구를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민족들을 지배하는 임금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민족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자들은 자신을 은인이라고 부르게 한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루카 22,24-26)

그래서인지 예수님의 마음은 착잡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산할 때에 여자는 근심에 싸인다. 진통의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으면, 사람 하나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기쁨으로 그 고통을 잊어버린다. 이처럼 너희도 지금은 근심에 싸여 있다. 그러나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요한 16,21-22)

예수님은 이 밖에도 마지막 만찬을 통해 포도나무의 비유 등 참으로 많은 말씀을 하신다. 제자들에게 아직도 하고 싶으신 말씀이 많이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접으신다. 그리고 성령께 맡기신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요한 16,12-13)

모든 식사가 끝나고…. 예수님과 제자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 산으로 올라갔다(마태 26,30). 이곳에서 제자들은 잠을 자고, 예수님은 홀로 기도를 하신다.

# 이틀전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속임수를 써서 예수님을 붙잡아 죽일까 궁리하고 있었다. (마르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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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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