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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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기획3] 북녘 땅 접경 교동도 이산가족들 기다림

지척이지만 아스라한 고향, 그 먹먹함 기도로 달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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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동도 지석리 망향대에서 교동공소 부회장 유득호 요셉 할아버지 등 어르신들이 펠리니(오른쪽에서 두 번째) 신부와 함께 고향에 대한 옛 추억과 이산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 교동도 지석리 망향대엔 북녘에 두고 온 부모를 위한 제단이 설치돼 명절이나 한식 때면 이산가족들로 넘쳐난다.
사진은 이북 부모들을 위해 절을 드리는 교동공소 어르신들.
 

   지척이다. 6㎞ 남짓 떨어진 북녘 산하가 손에 닿을 듯하다. 황해도 연백군(현 황해남도 연안ㆍ배천군). 썰물 때면 헤엄쳐 건너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던 고향은 그러나 60년이 되도록 가지 못한다. 국경에 찬 바람이 매섭다.

 내년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꼭 60년. 북녘과 가장 가까운 강화 북쪽 섬 교동도를 찾았다. 행정구역으로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이 섬엔 며칠 뒤 되돌아오겠다는 빈 약속만 남긴 채 60여 년 세월을 헤어져 살아온 이산가족이 숱하다. 실향민들의 기다림은 기약할 수 없기에 더 애달프다. 인천교구 강화 하점본당(주임 송형훈 신부)에 속한 교동공소 공동체와 함께 지석리 망향대를 둘러보며 그 오랜 기다림의 얘기를 들었다.



   늙은 아버지와의 약속

   #바로 눈앞 연백군 호남면 백석포가 고향인 정오현(마티아, 85) 할아버지.

 전쟁이 터지자 인민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집 방바닥에 굴을 파고 들어가 숨어있었다. 그렇게 서너 달을 버티다가 거룻배를 타고 남쪽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쟁의 상처는 교동도도 마찬가지였다. 먹을 게 없어 다들 풀뿌리를 캐먹다가 그마저도 없어 소나무 껍질을 벗겨내 송기죽을 끓여먹고 있었다. 인천으로 향했다. 어시장에서 일하던 중 우연찮게 미 3사단 군노무자로 들어간 게 인연이 돼 국군 1사단, 29사단에서 9년간 군생활을 했다.

 제대 뒤 정착한 곳이 교동도다. 헤어질 때 일흔여섯 살 고령이던 홀아버지(정우석씨)와 한 치라도 더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에서였다. "사흘만 기다리면 다시 오겠습니다"하고 늙은 아버지와 약속하고 떠나왔다. 그 헤어짐이 평생 한으로 남았다.

 그래서 그는 평생 웃음을 잃고 살았다. 소리(노래) 한 번 해본 적도 없다. 고향에 두고 나왔던 아내(신정숙 모니카, 2007년 선종)를 피란지에서 우연히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고 고생고생하며 살았다. 그래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가 늘 그리워 눈만 내리면 한겨울에도 아내 묘소를 찾아 눈을 치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최근 웃음을 찾았다. 성당에 나오면서부터다. 매일 미사에 나와 동년배끼리 성가도 연습한다. 은퇴한 뒤 교동공소에 머무르는 로베르토 라파엘로 펠리니(한국이름 방인이, 메리놀외방전교회) 신부 집전으로 매일 봉헌되는 미사에 참례하는 감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문득 고개를 들어 북녘 땅에 두고온 어머니, 아버지를 그리는 성순봉 할머니.
 

 
▲ 성순봉 유스티나 할머니의 눈물이 가슴을 저민다.
 
   남편과 생이별 58년

 #올해 여든넷 성순봉(유스티나) 할머니는 `눈물부터 쏟았다`. 구월산 줄기가 쭉쭉 뻗다가 바다를 만나 뚝 끊긴 곳, 장산곶(長山串) 출신인 성 할머니는 1ㆍ4후퇴 직전 남편(김승언)과 생이별을 했다.

 공산당 입당을 거부하고 동네 뒷산에 숨어있던 남편과 시동생(김귀형 요셉, 2007년 선종)이 반동으로 몰려 잡혀가자 장산곶으로 피했다. 한겨울 바닷물이 빠지면 전투가 벌어져 총성이 울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피란민들도 전투 중에 20여 명이나 죽었다. 다섯 달을 그렇게 보내다가 시부모를



가톨릭평화신문  200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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