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대림기획] 그리스도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④ 대림 제4주 : 공생활 ① 공생활의 시작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2000여 년 전 예수님이 직접 보고 걸었던 그 갈릴래아 호수에는 오늘도 태양이 떠오른다.
 

▨ 선포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라는 말씀을 줄곧 하신 예수님 공생활의 대부분이 이뤄진 곳, 가파르나움(CAPHARNAUM)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기적의 땅. 회당장의 딸이었던 야이로가 예수님의 ‘탈리타쿰’이라는 말 한마디에 죽었다 살아났고(마르 5,35-43), 망령들린 자와 중풍병자, 고관의 아들도 치유 은총을 받았다. 그 옛날 ‘그분께서 집에 계시다는 소문이 퍼지자 문 앞까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마르 2,1-2)면, 지금은 ‘당신께서 사시던 고을’(마태 9,1)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땅 위에 섰다. 그리고 그분의 목소리를 듣는다.

예수님께서 본격적으로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하셨다(마태 4,12-17 마르 1,14-15 루카 3,14-15). 나이는 서른 살쯤 됐다(루카 3,23). 예수님께서는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모든 사람에게 칭송을 받으셨다(루카 3,15). 예수님은 그렇게 갈릴래아 전역을 다니시는 가운데 오천 명을 먹이셨고(마태 14,13-21 마르 6,30-44 루카 9,10-17 요한 6,1-14), 갈릴래아 호수의 풍랑을 가라앉히셨고(마태 8,23-27 마르 4,35-41 루카 8,22-25), 하혈하는 부인을 고치셨다(마태 9,18-26 마르 5,21-43 루카 8,40-56). 또 기도를 가르쳐 주셨고(마태 6,9-13 루카 11,1-4), 죄 많은 여인을 용서하시고(루카 7,36-50), 열두 사도를 뽑으시고(마태 10,1-4 마르 3,13-19 루카 6,12-16), 참 행복을 가르치시고(마태 5,1-12 루카 6,20-26) 나병 환자를 고치셨다(마태 8,1-4 마르 1,40-45 루카 5,12-16).

예수님은 인류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부모님과 나의 가족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그렇게 복음을 선포하셨다.

▨ 광야 그리고 유혹

이스라엘 성지순례 내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었다. 예수가 세례를 받은 요르단 강도 아니었다. 바로 아무런 생명도 없어 보이는 누런 황토 빛의 ‘광야’였다.

이는 단순히 처음 보는, 일종의 ‘낯섦’에서 오는 이국적 풍경의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다. 풀 한 포기의 뿌리내림도 용납하지 않는 ‘스텝 지역’ 광야. 이 광야에서 예수는 악마와 싸웠고, 단식을 했다. 예수님의 복음 씨앗 뿌리기가 광야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한치의 생명도 거부하는 듯한 광야는 그 끝없이 이어지는 척박함 속에서도 미묘한 아름다움과 친근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광야 위에서의 묵상은 2000년 전의 예수님을 생생히 되살려 냈다. 예수님은 본격적인 복음 선포에 앞서 광야로 나가셨다. 그리고 그곳에서 큰 유혹을 받으셨다(마태 4,1-11 마르 1,12-13 루카 4,1-13).

세례를 받은 예수님은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40일 동안 단식을 하신다. 예수님은 배가 고프셨다. 그 때 악마(유혹자)가 나타난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우리들의 일상 삶을 통해서도 쉽게 경험하는 일이지만 악마는 한두 번 유혹이 실패했다고 해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악마는 다시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말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천사들이 당신을 보호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또다시 단호하게 유혹을 물리치신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그럼에도 악마는 물러서지 않는다.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나라들의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예수님은 목소리를 높여 소리치신다. “사탄아, 물러가라.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그러자 악마가 사라졌다.

예수님은 고개를 돌려 자비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신다. 광야를 응시하신다. 그 광야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다.

▨ 세례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마태 3,13-17 마르 1,9-11 루카 3,21-22).

“예수님께서는 곧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이어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9-11)

예수님의 공생활이 시작됐다.
 

 
▲ 예수님의 공생활 대부분이 이루어진 가파르나움(CAPHARNAUM)의 현재 모습.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12-2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7. 6

시편 98장 4절
주님께 환성을 올려라,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