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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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부활한 예수, 시간과 공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현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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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수난 성지 주일`(28일)을 기점으로 성주간이 시작된다. 이날부터 예수 부활 대축일 전날인 성토요일까지를 일컫는 성주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기억하고 묵상하는 시기로, 1년 중 가장 거룩하게 지내는 주간이다. 성주간과 성주간의 열매인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해 알아본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성주간
 기록에 따르면 3세기경부터, 부활 축일 전 금요일부터 부활 축일 아침까지 3일 동안을 성주간으로 지냈다. 그러다가 4세기에 와서 성목요일이 추가됐다. 성주간을 지금처럼 일주일 동안 지내게 된 것은 5~6세기에 들어와서다. 이런 관습은 예루살렘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부활 축일 날짜는 니케아공의회(325년)에서 결정됐다. `춘분을 지내고 보름날 다음 주일`에 지내도록 한 것이다.
 중세 때는 성주간을 `수난 주간`이라고도 불렀다. 또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은 부활로 이어지기에 파스카 주간이라고도 했다. 원래 `파스카`는 구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오늘날 파스카 주간은 성목요일 저녁 주님 만찬 미사 때부터 성주간 끝인 성토요일을 거쳐 부활 대축일 미사까지를 가리킨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건인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이 기간에 기념한다고 해서 `위대한 주간` 또는 `구원의 주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을 당하기 전에 백성들 환호를 받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한 것을 기념하는 주일이다. 이날 미사에서는 나뭇가지(성지)를 들고 입장하는 예식으로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한다. 또 수난 복음을 통해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한다. 이날 사용한 성지(聖枝)는 집으로 가져가 십자고상에 꽂아둔다. 십자가와 성지를 볼 때마다 예수를 환호하고 또 배반하는 우리 삶을 돌이켜 보고 끝까지 주님께 충실할 것을 다짐하자는 뜻에서다. 이 성지는 이듬해 재의 수요일이 되기 전에 성당으로 가져오면, 태워 재로 만든 후 재의 수요일에 사용하게 된다.

 ▲성주간 월요일~수요일
 이 때에는 특별한 예절은 없다. 다만 예수의 죽음을 예고하고 제자들의 배반과 부인을 예언하는 복음 말씀으로 예수의 수난과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성목요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 전날 저녁에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면서 성체성사를 세운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동시에 성품성사를 세운 것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사제들의 생일`이라고도 하는 이날 오전에 각 교구마다 사제들이 한데 모여 교구장 주교 주례로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한다. 성유 축성 미사에서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성품성사를 집전할 때에 사용하는 성유와 병자성사 때 사용하는 성유, 그리고 예비신자들에게 사용하는 성유를 축성한다. 사제들이 사제품을 받을 때 한 서약을 갱신하고, 주교와 일치 및 연대를 확인하는 것도 이 미사에서다.
 재의 수요일에 시작된 사순시기는 성목요일 저녁 주님 만찬 미사 직전에 끝난다. 주님 만찬 미사부터는 성주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파스카 삼일이 시작된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는 수난 전날 저녁 예수께서 제자들과 최후 만찬을 하면서 성체성사를 제정한 것을 기념하는 미사이다. 대영광송을 바치면서 종을 친 후 부활 성야 때까지 종을 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면서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을 멀리한다는 의미이다. 예수께서 제자들 발을 씻어 주신 것을 기념하는 발씻김 예식도 이 미사에서 한다.

 ▲주님 수난 성금요일
 일년 중 유일하게 미사를 드리지 않는 날이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한다. 주님 수난 예식은 주님 수난과 관련된 복음을 듣고 묵상하는 말씀 전례와 십자가에 경배하는 십자가 경배, 영성체 예식으로 진행된다. 이날은 금육과 금식으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한다.

 ▲성토요일
 성토요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덤에 묻힌 것을 생각하며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는 날이다. 성토요일로 성주간은 끝난다. 성토요일 밤이 되면 성대한 부활 성야 예식을 통해 주님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신 파스카 신비를 기념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성주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제로 할 때만 의미를 지닌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없다면 성주간, 즉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은 아무 것도 아니다. 부활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건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함으로써 인류를 구원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부활의 증거
 가장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예수 시신을 모셨던 무덤이 비었다는 사실이다. 빈 무덤이 부활의 직접적 증거는 아닐지라도 중요한 징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또 부활한 예수는 사람들에게 직접 나타나셨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베드로를 비롯한 열두 사도들, 엠마오의 제자 등이 부활한 예수를 만났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가 한 번에 5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셨다고 했다(1코린 15,6 참조). 이처럼 예수 부활은 빈 무덤과 증인들 증언에 기초를 둔 것이다.

 ▲부활은 역사적인 동시에 초월적 사건
 복음서에 따르면 부활한 예수는 시ㆍ공간을 초월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때에 나타났다(마태 28,9.16-17; 루카 24,15.36; 요한 20,14.19.26; 21,4 참조). 따라서 부활한 예수의 육신은 죽음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 속한다. 죽음의 사슬에서 벗어나 성령의 권능으로 하느님 생명에 참여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예수가 부활하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도 없고, 부활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아는 이도 없다. 더불어 부활한 예수가 시ㆍ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은 부활이 물리적ㆍ역사적 차원을 넘어서는 초월적 사건임을 말해준다. 초월적 사건이란 하느님께서 이루신 사건으로, 신앙의 신비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활의 의미
 예수 부활은 예수께서 온 생애를 통해 보여준 모든 말씀과 행적이 참되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예수가 하느님 아들이라는 사실을 하느님께서 인정한 것이다. 예수는 부활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현존하는 존재로 탈바꿈했다. 역사적 인물이 역사를 초월한 존재가 됐다.
 그렇다면 예수 부활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바오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비춰 그리스도인의 죽음과 부활을 이해했다. 바오로는 예수가 부활했기에 우리도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은 공동 운명체, 한몸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처럼 살 때 그리스도처럼 부활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이처럼 예수 부활은 우리도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가 된다.
 예수를 구세주로 따르는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 비춰 자신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받아들인다. 모름지기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온전히 본받아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자면 실로 엄청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도인은 고통이 고통으로,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부활로 이어진다는 것을 믿는다. 2000년 전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거두신 것처럼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또한 거두실 것으로 믿는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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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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