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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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기획] - 서강대 장애학생들의 대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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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장애인`이 아닌 `학생`으로 봐주세요!"

 장애 학생의 대학 생활은 쉽지 않다. 비단 시설과 봉사자 지원 등 겉으로 보이는 면뿐 아니라 교직원과 비장애 학생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장애 학생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학교의 노력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으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서강대학교 장애 학생들이다. 이들을 만나 장애 학생의 대학생활을 들여다보고, 학교자랑을 들어봤다.



 
▲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안성기 학생(오른쪽)이 룸메이트이자 생활 도우미 한민영씨와 수업을 들으러 가고 있다.
 

 서울 서강대학교 학생회관 1층 `다소니` 방. 문턱이 없는 이 방은 교내 장애학생들을 위한 동아리방이자 휴게실이다.
 
 서강대의 장애학생 수는 신입생 11명을 포함해 총 79명. 지적장애인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장애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장애 학생은 전체 재학생 1만1927명의 0.7에 불과하지만 서울 시내 사립대학 중에는 많은 편에 속한다.
 
 방에 들어서자 다소니 회장 김영관(정치외교 09) 학생이 반갑게 기자를 맞는다. 김씨는 목 아래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지체장애인.
 
 "우리 학교는 시설 면이나 제도 면에서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어요."
 
 입학 전 국립대와 서울 시내 유명 사립대를 직접 방문 비교해보고 이 대학에 입학했다는 그는 처음부터 학교 자랑을 늘어놓았다.
 
 장애 학생들에게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지원도 지원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제일 앞서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잡아가기 시작하는 대학은 장애 학생을 `수혜자`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여긴 대학이지 복지관이 아니다`며 학생으로서의 요구를, 장애인으로서의 요구로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그는 "다른 대학은 학교가 장애 학생에게 서비스를 `베푼다`는 인식이 많은데, 우리 대학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많이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매년 한 차례씩 총장과 시설ㆍ학사ㆍ장학부서 직원, 기숙사 사감 등 장애학생과 연관되어 있는 모든 행정부서 직원과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모여 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에서 학생들은 학교생활의 불편한 점이나 개선돼야 할 점을 건의하고 학교 측은 이를 바로바로 시정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열린 간담회에서는 한 학생이 다소니 방 문이 무겁고 불편해 고쳐달라고 건의하자, 바로 그날 저녁부터 공사에 들어가 다음날 완공되기도 했다. 지어진 지 오래돼 엘리베이터가 없는 김대건관에는 올 여름방학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를 할 예정이다.
 
 "오래된 건물의 좁은 강의실 등 불편한 점이 왜 없겠어요. 예전에 비해 중증 장애학생이 늘어나니 봉사 인력이 달리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학교의 열린 태도에 만족해요."
 
 이야기를 마치고 강의실로 향하는 그의 옆에 한 학생이 따라붙는다. 전동휠체어를 조작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강의실에 도착하자 이번엔 다른 학생이 옆에 앉는다. 바로 대필 봉사자다. 손을 사용할 수 없는 그를 대신해 수업 내용을 노트북 컴퓨터에 쳐서 주는데 각 수업 봉사자가 다르다.
 

 
▲ 다소니 회장 김영관 학생(왼쪽)이 수업 중 대필 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있다.
 

 대필 봉사자는 학교 종합봉사실에 장애학생 도우미를 신청한 학생 중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 배정하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40여 명이던 장애학생 도우미가 올해는 60여 명으로 늘었다. 학교 측에선 이들에게 봉사점수나 근로장학금을 지급해 보다 책임 있는 봉사를 하도록 돕고 있다.

 이번엔 도서관에서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박진연(경영 09) 학생을 만났다. 약시인 그는 도서관 3층에 있는 독서확대기를 통해 책을 읽는다. 최대 56배까지 확대를 해주는 이 기계를 이용하면 깨알 같은 백과사전 글씨도 크게 볼 수 있다. 평소 교실에선 휴대용 돋보기를 사용하고, 도서관에서는 이 기계를 이용한다. 도서관은 지난해 2000여만 원 예산을 들여 보조기구를 구비했는데, 시각 장애 학생을 위한 독서확대기와 점자프린터, 센스리더뿐 아니라 지체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마우스와 특수키보드, 책장 넘기는 도구,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의사소통기와 골전도이어폰, 공공이용보청기 등이 있다.

 "대부분 교수님이 사용하는 PPT 자료, 영상자료, 유인물, 판서는 알아보기 힘들어요. 그래서 수업시간엔 주로 청각에 의존해 공부하고, 대필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요."

 그는 학기 초 대필 봉사자를 배정받으면 먼저 그와 함께 밥을 먹는다고 했다. 자신의 시력 상태를 설명하고 공책과 두꺼운 펜을 주며 어느 정도 크기의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한국시각장애인대학생연합회에서 타 대학 학생들과 교류한다는 그는 "이론적 정책뿐인 타 대학과 비교해 우리 대학은 복지 시스템이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며 직접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장애 학생을 포용하고 의사소통하려는 노력이 맘에 들어요. 저는 종교가 없는데, 천주교 재단 학교라서 더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잘 돼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스웨덴에서 교수가 전자칠판에 쓰는 내용이 학생의 컴퓨터에 전송돼 화면이 뜨는 프로그램을 보고 무척 부러웠지만 4명뿐인 시각장애인을 위해 마련해달라고 하기엔 무리인 것 같다"며 "시각 장애 학생이 더 많이 입학하면 그땐 요구해볼 계획"이라며 웃었다.

 "저는 남들이랑 똑같은 학생이에요. 단지 `눈이 좀 나쁜` 학생이요."



가톨릭평화신문  201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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