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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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기획] 장애인 교육권의 현실 진단과 대안

사회적 인식·기반 부족, 장애인 교육에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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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내에서 발효된 UN 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는 장애인의 교육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장애인이 이러한 교육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통합교육으로써 장애인을 일반 교육시스템에서 격리하지 않고, 장애인의 다양한 잠재력 개발을 통해 사회통합을 촉진하고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장애인 특별전형이 시작되고 대학에서 장애학생들을 선발하기 시작했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은 아직 미미한 상태다. 각 유형별 장애인들이 공부를 하는데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부딪치는 어려움을 알아봤다. 또 시각장애인으로 학생들에게 사회복지를 가르치고 있는 이동영(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장애인 교육권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들어봤다.
 

 
▲ "우리를 장애인이 아닌 학생으로 봐주세요!" 한 학생이 휠체어를 타고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서울 모 대학의 한 강의실. 교수의 농담에 학생들 모두 웃음바다가 되지만 한 학생 주위에는 정적만 감돈다. 청각장애인인 이 학생은 도무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업시간, 교수의 말은 너무 빨라 입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다. 옆 학생의 노트를 좀 보려고 하자 손으로 얼른 가려버린다. 전공수업은 친구에게 대필을 부탁하지만, 다른 과 학생들과 함께 듣는 교양과목은 경쟁이 심해 대필은커녕 공책을 넘겨다보기조차 쉽지 않다.

 대학은 특별전형으로 장애학생을 뽑지만, 선발만 했을 뿐 어떠한 복지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6년 동안 학교에서 수화를 하는 교사는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

 일부 다른 대학에서 장애학생을 위한 서비스가 잘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 측에 대필봉사자를 요청하기도 해봤으나 학교 측에선 선례가 없다며 들어주지 않았다.

 비단 청각장애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 학생, 손이 불편한 지체 장애 학생에게도 대필 봉사자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청각장애인으로 자신의 대학생활을 토대로 단편영화 `선배는 어떻게 공부했어요?`를 제작한 강묘애(32) 감독은 "비장애인의 대학진학률은 80인데 비해 장애인의 대학진학률은 열악한 환경 탓에 16밖에 되지 않는다"며 "영화제작차 방문한 학교에서 장애인의 수업환경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국 장애 대학생은 3000여 명으로, 장애인이 1명 이상 다니고 있는 216개 대학 중 장애인 도우미가 있는 대학은 20여 곳뿐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강씨는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4대 강 사업에 모든 예산을 투입하는 바람에 그나마 장애인 대학생들의 수업내용을 알려주는 적은 액수의 도우미제도 예산이 4억이나 삭감됐다"며 "대학에서의 공부는 실제로 책만 보고 혼자 공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대학생활은 학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사회성을 익히러 가는 것"이라고 했다.

 사이버대학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사이버대학 강의는 교수 강의와 간단히 요약된 수업내용만 온라인상에서 학생에게 전달되는데, 교수 말이 너무 빠르고 제공되는 자료 또한 너무 간단하게 정리돼 있어 결국 교재를 보고 혼자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실재(實在)적인 의미의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수화통역 없이 문자화된 추상적 단어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시각장애 학생이 겪는 어려움은 또 다르다. 도서관에 점자도서는 단 한 권도 없고 점자인쇄기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대학 4년 동안 책 한 권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가 잘 되어 있는 천안 나사렛대는 학교 차원에서 한국점자도서관으로부터 점자ㆍ음성도서를 대출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전공도서보다 일반 교양도서인 경우가 많다.

 저시력 학생의 경우 독서확대기나 돋보기로 책을 볼 수 있지만 판서와 인쇄물, PPT 자료 등 일반적 수업 자료들은 알아보기 어려워 역시 대필 도우미가 필요한 실정이다. 대필 도우미가 없는 학교의 경우 인근 복지관 등에 타자를 부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체장애 학생은 무엇보다 이동권을 가장 먼저 지적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설치는 필수적이다. 전공 필수 과목을 수강신청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6층이라면 이는 수업을 듣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또 기숙사생을 위한 생활도우미 지원도 절실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봉사시간을 인정해주거나 근로장학금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도우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립대와 재활복지특성화대학 같은 일부 사립대학은 이러한 장애학생들을 위해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휠체어ㆍ한소네(시각장애인용 컴퓨터) 대여, 수화통역사ㆍ속기사ㆍ대필 도우미 제공 등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센터조차 갖추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애화학교 임민섭(요셉) 교사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도 학교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 수준에 따라 장애학생 지원 수준이 천지차이임을 볼 수 있다"며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예산ㆍ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지원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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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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