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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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주일 특집] 한국교회 첫 대안학교 ‘양업고등학교’ 윤병훈 교장 신부

“생명 기르는 농부의 마음으로 학생들 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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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훈 신부는 “삶이 없는 지식 교육, 지식만 먹이는 교육은 미래에 승산이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사랑으로 해야 한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는 학생을 만나 기쁘고, 가르치며 즐거워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길러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중에는 문제아가 없다. 다만 사춘기 학생들에게 문제 행동만이 있을 뿐이다.”(윤병훈 신부 저 「발소리가 큰 아이들」 본문 중에서)

한국 천주교 첫 대안학교인 양업고등학교의 윤병훈 교장 신부가 최근 13년 동안 흘린 땀방울과 결실을 소개한 이야기 「발소리가 큰 아이들(다밋 출판사)」을 펴냈다.

윤 신부는 이 책에서 “우리 교육 현실에는 사랑이 결여돼 있다. 한국 교육 방법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고 사랑으로 교육한 경험담을 일반 학교 교육 현장에 알려야할 사명이 있다”며 “문제 행동은 해결해 주지 않고 문제만을 붙들고 윽박지르는 무지하고 사랑이 없는 문제 부모, 문제 교사에게 채찍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학부모나 교사가 문제나 부적응을 해결하는 것만을 학생지도라고 보고 학생들의 음주나 흡연 등에 대해서 시비만 할 뿐 실제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찾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이제는 부모와 교사의 역할을 극대화해 노심초사하며 생명을 기르는 농부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주일을 맞아 5월 19일 충북 청원 양업고등학교에서 윤병훈 신부를 만났다.

▲ 청소년들과 함께하며 배운 점이 있으신지요.

- 양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크게 배운 점은 기다림이란 덕목이었습니다. 조급해서도 안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다그쳐서도 안됐죠. 실컷 놀도록, 실컷 자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방종을 허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더군요. 내방자들 중에는 이런 곳도 학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을 다그쳐서 공부시키는 것은 내방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이지 아이들을 사랑해서 행한 것이 아니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다그친 적도 많았어요. 기다리자. 또 기다리자. 무조건적인 기다림이었습니다.

무던히도 기다렸던 어느 날 학생들이 교실에 모였습니다. 아이들은 생활이 불편하다고 아우성이었고, 선생님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 학교가 우리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냐고 대들기도 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러한 기다림이 아이들을 자기 성숙의 시간으로 이끌어 준 것 같습니다.

이후 아이들은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기다려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가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었습니다. 또 주어진 원칙 안에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방종이 아닌 자율이라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학생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공부해야죠. 무섭게 공부할 겁니다. 억압당하고 비난받고 그래서 얽매이던 시절엔 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제 제가 선택한 길이고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았기에 기운이 펄펄 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드디어 아이들에게 자발적인 동기에서 얻어진 내적 추동 에너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 한국의 교육,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학교생활,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학원, 교실이란 공간에서의 끊임없는 지식 섭취. 일반 학교의 일반적인 풍경입니다. 이런 생활에 학부모도 학생도 교사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과연 이런 생활이 모두에게 신뢰가 가는 걸까요.

어느새 우리 사회는 1등만 바라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1등의 자리는 한정돼 있죠. 1등에서 제외된 다수의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1등이 되어 지낼 것인지 걱정이 앞섭니다.

당장 드러난 대학 진학 숫자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돼버렸어요. 교육의 효과성을 대학교에 몇 명을 보냈는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 사람이 지닌 손과 가슴, 다리, 몸통 등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머리만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머리만 좋아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교육의 효과성이라고 보고 있어요.

학생들이 미래를 위해 자신에게 부족한 공부를 하느라 밤낮없이 땀 흘리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대학 진학에만 급급한 나머지 자기 확신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주는 문제는 간과하고 있어요. 정말 학생들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렸고 찾으려는 노력도 부족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대학에 진학해서 2~3년이 지난 후에야 자기가 선택한 대학이 자신과 잘 맞지 않고 희망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그 제서야 진학이 진로로 바뀌면서 대혼란을 겪게 됩니다.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이 진로까지 생각하지 못한 채 지내다가 때가 되어서야 고민을 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전공을 잘못 선택한 학생들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지죠. 대학생은 편입, 자퇴, 재수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 얼마나 때늦은 고민스러운 문제입니까.

▲ 한국사회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 교육은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이 목적이기에 학생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의 효과성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삶이 없는 지식 교육, 지식만 먹이는 교육은 미래에 승산이 없습니다. 이런 교육은 머지않아 스트레스와 답답함, 실망감만 안겨줄 것입니다.

교실만을 고집하는 학력 위주의 교육은 몇몇 최고점에 다다른 사람을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들을 뒷걸음치게 할 것입니다. 다양한 체험 활동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많이 경험해야 합니다. 앎보다는 체험을, 체험보다는 자각을 경험하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체험, 봉사활동, 여행 등도 중요한 수업 중 하나입니다.

또한 글로벌시대의 인재를 육성하려면 인성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생각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가상공간인 인터넷에서 많은 관계를 맺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사회성과 공동체성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부족하죠.

글로벌시대에 적응하려면 무엇보다 공동체성을 익히고 인간관계를 확충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 밝고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창의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가톨릭신문  201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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