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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0주년 기획 ] ‘6·25를 말한다’ ① 평양교구 출신 원로사목자 김득권 신부

“신앙심으로 하나되어 탄압에 맞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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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득권 신부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교회의 모습에 대해 회상하며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1945년 해방이 되면서 이제는 자유로운 종교활동이 가능할 거라 기대했지만, 종교 탄압은 오히려 심해졌습니다. 공산주의 치하에서 ‘종교는 미신이다’란 미명 아래 사목자들과 청년 신자들이 잡혀갔고, 공들여 지은 성당도 뺏겼기 때문입니다.”

평양교구 출신 원로사목자 김득권 신부(76)는 60여 년 전 북한 교회의 모습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보였다.

1935년 평양 근처 송천에서 태어난 김 신부는 7살 무렵부터 옮겨와 살게 된 평양 관후리주교좌본당에서 북한교회가 침묵의 교회가 되는 과정을 목격한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후 같은 해 11월 월남하기까지 일제 치하·해방 공간·한국전쟁의 수난 속에 고통 받는 교회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1941년 일본이 대동아전쟁을 일으키고 1942년에 미국인 신부들을 포로로 교환하면서 대부분의 미국인 신부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어요. 평양에는 일곱 명의 사제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북 왕래가 가능했기에 다른 교구 사제들이 평양으로 와 사목을 도왔죠. 문제는 해방이 되면서 소련군이 북한을 점령했을 때부터입니다.”

김 신부는 해방 후 38선이 막히면서 남북 왕래가 어려워졌고, 전 재산이 국유화되면서 교구 소속의 학교들도 소련군에 뺏겼다고 했다.

“제가 다니던 ‘성모학교’도 ‘6인민학교’로 바뀌었죠. 제국주의에서 전체주의 사회로 넘어가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종교가 권력이나 돈 앞에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산주의 정권의 종교탄압은 점점 가혹해졌어요. 특히 청년에 대한 탄압이 심했어요. 똑똑한 청년들 가운데 공산주의에 동의하지 않는 청년들이 한밤중에 하나 둘씩 사라졌습니다. 시베리아나 아오지탄광으로 보내졌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았습니다.”

김득권 신부는 불교나 기독교의 경우 1945년 해방 이후 1~2년 안에 문을 닫았지만 천주교는 타 종교에 비해 비교적 오랜 기간 존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교회도 공산주의 박해 하에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공산군이 1949년 5월 덕원 분도수도원 신학교를 폐쇄시키면서 당시 신학생이던 저도 관후리본당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죠. 당시 평양교구장이던 홍용호 주교님은 ‘일어나 가자 스스로 모든 걸 하자’는 교구 방침 하에 신자들의 신심을 모으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때 북한교회가 자립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 신부는 “어려울수록 신자들의 신앙심은 강해졌고, 서울 명동성당보다 더 큰 관후리주교좌성당을 손수 지었다”고 했다. 한 달에 열흘 나라를 위해 부역활동을 해야 했던 평양교구민들은 일과 후 성당으로 자청해 와 전깃불을 켜 놓고 성당을 지었다.

“시골 처녀들은 혼수자금으로 마련한 광목천과 가락지를 내놓기도 했지요. 공들여 지은 성당을 완공도 하지 못한 채 공산군에게 뺏기긴 했지만, 관후리성당은 평양교구민의 자부심이었습니다.”

김 신부는 남북이 분단된 후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은 ‘대화와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대화’를 통해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스러져가던 북한 교회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하나된 땅 위에서 한 마음이 될 날이 올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임양미 기자 (sophi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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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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