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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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해] 21세기 한국 가톨릭 사제들 앞에 놓인 도전

사제를 해를 마감하며(2)-조규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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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진리,영원한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라"
 조규만 주교(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 위원)
 

 
▲ 조규만 주교(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 위원)
 

  지난해 6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비안네 신부님 선종 150주년을 맞아 사제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사제의 중요성을 인식한 까닭이라 여깁니다. 교황님은 요한 비안네 성인의 말씀을 빌어 사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사제란 얼마나 위대합니까? 사제가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면 죽고 말 것입니다. 하느님이 사제의 말을 따릅니다. 사제의 말을 따라 주님께서 하늘로부터 오셔서 작은 성체 안에 머무십니다. 성품성사가 없다면 아무도 주님을 모시지 못합니다. 누가 주님을 감실 안에 모십니까? 사제입니다…하느님 다음에는 사제가 모든 것입니다. 우리가 지상에서 사제의 신원을 온전히 깨달을 수 있다면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죽게 될 것입니다. 사제가 없다면 주님의 수난과 죽음도 소용없습니다. 지상에서 구원사업을 계속하는 이는 사제입니다. 집에 보화가 가득해도 문을 열 사람이 없다면 소용없습니다. 하늘의 보물창고를 여는 열쇠를 가진 이는 사제입니다…."

# 세속화 도전에 맞서야
 새천년이라고 마음 설레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강산이 한 번 변할 수 있는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사제들 직무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주셨던 소명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신 다음,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마르 3,13-15).

 이처럼 사제 소명은 그분과 함께하며 복음을 선포하는 일입니다. 다만 그 소명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변했을 뿐입니다. 또 우리나라 상황이 다른 나라와 약간 다를 뿐입니다. 주님이 경고하셨습니다.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요한 15,19). 그렇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우리를 점점 더 강하게 세속화로 이끕니다. 이것이 사제들이 직면한 도전적 과제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밥의 숭배, 애정의 숭배, 권력의 신격화와의 절연(絶緣)을 요구합니다. 사제들은 모든 그리스도 신앙인들에 앞서서 밥의 숭배, 애정의 숭배, 권력의 절대화에 대한 도전에 부름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첫째, 사제는 `하느님이냐 맘몬이냐`에서 하느님을 선택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루카 16,13). 또한 재물로 이웃을 위해 선용하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너희는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루카 12,33).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재물이 아니라 하느님이신 까닭입니다. 돌을 빵으로 만들고 싶은 유혹, 물질적 풍요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은 세상 종말까지 싸워야 할 도전적 과제입니다. 교황님께서는 2008년 제12차 주교 시노드 정기총회 개막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람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들, 성공이나 경력, 금전으로 집을 짓습니다. 외견상 이것들은 분명한 현실들입니다. 그러나 이 모두는 어느 날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물질, 성공, 외모 등 외견상 현실 위에 자신의 삶을 세우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입니다. 오로지 하느님 말씀만이 모든 현실의 기초입니다. 천국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견고한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실주의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둘째, 사제는 성의 쾌락주의와의 절연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첫 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시다」에서 세속적 사랑 에로스와 신앙으로 형성되는 사랑 아가페는 완전히 분리될 수 없음을 설명합니다. 신앙은 에로스 그 자체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에로스는 절제되고 정화돼야 함을 강조합니다. 사랑은 더 이상 자기를 찾는 것도 아니고, 행복의 도취에 빠지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시다」 4항, 6항 참조). 요즘 우리 시대에 불행하게 닥쳐온 에이즈라는 질병은 아름다운 성을 남용한 이 시대에 대한 경고로 여겨집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성추행 문제 역시 하나의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 사제는 정권의 절대화, 권력자 권능의 절대화에 도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핵심적으로 선포한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만이 왕권을 행사하는 나라를 의미합니다. 이 하느님 나라는 전적으로 하느님의 일입니다. 인간으로서는 아무도 그것을 계획할 수도 없고, 조직할 수도 없고, 고안해 낼 수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선물입니다.

 하느님이 베푸시는 그 은총에 인간은 전적으로 신앙으로 응답할 뿐입니다. 성모님께서 그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예수님도 그랬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36). 많은 성인들도 그랬습니다.

 우리 시대 사제들에게도 하느님 뜻이 우선적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또 다른 정치적 권력을 위한 정권에 대한 반대시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시대에 아무도 정의를 이야기할 수 없고, 정의를 이야기하면 죽음을 각오해야 할 때, 사제들이 나서는 일이라면 동의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하느님 중심이 아닌 또 다른 권력의 절대화를 내세우는 일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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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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