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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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농민주일] 서울대교구 홍은3동본당 우리농 상설매장 탐방

"판매요? 나눔 통해 도농공동체도 이뤄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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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 살림 일꾼`은 농민만이 아니다. 소비자 또한 생명 농산물과 가공품을 먹고 마시고 씀으로써 농민들과 함께할 수 있고, 나아가 창조물을 보전할 수 있다. `농민주일`(18일)을 앞두고 농민과 함께하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생활공동체로 서울대교구 홍은3동본당 `하늘ㆍ땅ㆍ물ㆍ벗`을 찾아 우리농 운동의 애환과 어려움, 보람, 농촌 사랑 얘기를 들어봤다.

 

 
▲ 직거래 농산물로 막 올라온 완숙토마토가 서울 홍은3동본당 우리농 매장에 쌓이자 노인대학을 막 마치고 나온 할머니들이 토마토를 시식하며 구매하고 있다.

 
▲ 민희원(왼쪽에서 네 번째) 회장 등 서울 홍은3동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이 우리농 매장 곁 만남의 공간에 모여 앞으로 활동방향에 대해 논의하다 활짝 웃고 있다.
 

 마침 서울 홍은3동본당(주임 최승정 신부) 우리농 매장에 직거래 토마토가 들어왔다. 가톨릭농민회 청주교구연합회 청천분회 생산자 김석현(야곱, 45)씨가 막 출하한 완숙 토마토다. 김씨는 1997년에 귀향, 저농약에서 무농약, 전환기 유기농을 거쳐 현재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대충 씻어 한 입 베어보니 입 안에 부드럽게 감기는 알싸하고도 향긋한 토마토 맛이 일품이다. 유기 퇴비와 볏짚, 미생물 제재만으로 생산한 토마토여서인지 어렸을 적에 먹던 그 맛, 그 향기 그대로다. 5㎏들이 100상자와 2㎏짜리 30상자 등 130상자 가운데 60여 상자가 금세 동났다.

 토마토가 팔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본당 `하늘ㆍ땅ㆍ물ㆍ벗` 회원들 얼굴엔 기쁨이 역력하다. 직거래 농산물이 온다고 해서 새벽같이 나와 준비한 노고와 땀이 보상을 받는 듯해서다.

 "토마토가 나오는 철에는 의사들이 할 일이 없다잖아요. 토마토만 제대로 먹어도 아프지 않다고들 해요."

 신자들이 완숙 토마토 앞에 몰려들자 민희원(크리스티아나, 49) `하늘ㆍ땅ㆍ물ㆍ벗` 모임 회장은 이렇게 귀띔한다.

 본당 우리농 매장 앞엔 직거래로 공급할 농산물 목록이 공고돼 있다. 10일 원주교구 무농약 및 유기농 풋옥수수(1망/6000ㆍ7000원), 15일 광주대교구 생산 무항생제 삼계(1만4000원) 및 육계(1만2000원), 24일 안동교구에서 생산한 마늘(2㎏/1만7000원)….

 교구 내 72곳에 이르는 매장 가운데 주말매장을 제외한 상설매장 38곳 가운데 하나인 홍은3동본당 `하늘ㆍ땅ㆍ물ㆍ벗`의 활동가는 현재 16명이다. 본당 설정 6년 만인 2006년 5월에 생겨났을 때만 해도 매장이 성당 밖 교육관 쪽 길가에 있었지만 2008년 12월 성당 안에 매장을 새로 만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또 지난해에 본당 사목회에 환경분과가 신설되면서 우리농 운동에 대한 본당공동체의 관심도 늘었고 인식도 좋아졌다.

 전엔 성당에서조차도 장사꾼 취급을 해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을 지키고 생명과 땅을 살리는 `생활공동체운동`이라는 인식을 본당에서 공유하게 됐다. 판매라기보다 농촌과 나눔을 통해 함께 공동체를 이뤄가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활동가들이 모두 그런 소명의식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다. 민 회장만 해도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도시에서 자라 농촌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 역시 농촌 출신인 박형숙(엘리사벳, 48)씨도 정작 농사일을 잘 모른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저희가 일을 하지는 않잖아요. 부모님께서 싸주시지는것만 가져오고요. 그런데 우리농 생활공동체에서 활동하고 농촌 체험을 하면서 농촌 현실을 직접 보고 느끼게 됐지요. 마늘도 집에선 친정엄마가 다 까서 보내주시지만, 우리농 매장에선 저희가 일일이 까서 팔잖아요. 집에서는 하지 않는 일을 여기서 해요."

 우리농 매장 판매 품목은 200~300가지에 이르지만, 매출은 들쑥날쑥하다. 지난 2월엔 매출이 1200만 원이나 됐지만, 요즘은 800만 원 안팎에 그친다. 경기가 좋지 않은 탓도 있다. 올해는 또 2~4월에 일조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부족해 생산량이 줄어 채소나 과일 값이 폭등했고, 구제역이 돌면서 육류가 들어오지 못해 매출이 줄었다.

 농산물은 팔리지 않으면 문제가 더 커진다. 우유나 빵, 유제품, 채소 등은 유통기한이 넘길 듯하면 활동가들이 사다가 먹어야 한다. 재고도 문제다. 한달에 한 번씩 재고조사를 하다보면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농산물이 나올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활동가들이 소비해야 한다. 강민정(비비안나, 41)씨는 "빨리 우리농 활동가를 그만두고 유통기한이 지난 재고 식품 대신 싱싱한 농산물을 사다 먹는 게 꿈이다"고 곁에서 우스갯소리를 한다.

 수익도 박하다. 우리농 농산물은 수익률이 7~8, 많아야 10가량이다. `밑지고 파는 장사 없다`는데 조금만 잘못 팔아도 금방 손해가 난다.

 우리농 식품은 또 첨가제를 쓰지 않아 아무래도 맛이 떨어져 소비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들 제품을 이용해본 이들은 식품첨가제를 넣지 않아 소화도 잘 되고 속이 편안하다며 더 찾는다.

 가장 잘 팔리는 우리 농산물은 가격이 2800원에서 3300원 선인 유정란이다. 그 다음은 1모당 2200원에 파는 두부이고, 야채, 쇠고기 차례로 잘 팔린다.

 우리 농산물을 판매해 나오는 수익금은 어디에 쓸지 궁금해하자, 홍은3동본당 활동가들은 소 입식기금으로 쓴다면서 소사육 확약서와 암송아지 지원 확인서를 보여줬다. 2007년 12월,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쳐 가농 안동교구연합회 쌍호분회와 온혜분회에 소 두 마리 입식기금을 지원했다. 이 소가 송아지 두 마리를 낳고 체중이 470㎏이 되면 도축해 본당 공동체에다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다시 한우 입식비용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소를 입식하는 이유는 소



가톨릭평화신문  201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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