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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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가 건강한 신앙/순교자성월특집] 대전교구 내포지역 도보순례

순례길 전체가 신앙 터전ㆍ순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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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합덕성당.
양옆으로 소나무가 늘어선 아름다운 계단을 오르니 천국의 계단이 이럴까 싶다.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일기예보를 살피니 충남 지역에 비가 내린다고 한다. 비를 맞으면서 도보성지순례를 한다는 게 별로 달갑지 않다. 한 주간 날씨를 검색해 보니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폭우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다. 비를 조금 맞더라도 오늘 일정을 강행하는 것이 낫겠다 싶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한국 천주교 신앙의 못자리 내포(內浦)지역을 순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작정 지도를 들고 찾아가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나 초행길이라 헤맬 수도 있으니 알려진 순례코스를 따라가기로 한다.
 대전교구 여사울성지에서 신리성지ㆍ합덕성당을 거쳐 솔뫼성지까지 약 15.5km 여정이다. 성지와 성지를 연결해 놓은 여느 도보순례 코스와 달리 순례길 전체가 신앙의 터전이자 순교 현장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첫머리에 내포교회가 있다. 내포는 충남 아산에서 태안까지 평야지대를 일컫는 지명으로, 삽교천과 무한천 두 물줄기가 흐르는 충남 중서부 지역을 일컫는다. 한국 천주교회 창설 직후 `내포의 사도`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 1752∼1801)이 세례를 받고 충청도 일대에 천주교를 전파하면서 교세가 크게 번창했고,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곳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예산종합터미널에서 신종리 방향 버스를 타고 신종1리 경로회관에 하차, 3분 정도 걸어가니 이존창 사도 생가인 여사울성지 이정표가 보인다. 여사울은 내포교회 중심이자 신앙의 고향이기도 하다. 
 

 
▲ 여사울성지 이존창 사도 유적비
 

 이존창 사도 유적비 앞에 섰다. 그도 우리와 같은 인간적 약점을 멍에처럼 지니고 있어 한 차례 배교의 아픔을 겪는다. 혹독한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그렇게 주님을 향해 "나는 당신을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베드로가 주님을 배반한 자책감에 가슴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던 그 심정으로 눈물을 흘렸으리라. 그 이후 삶은 잘못을 뼈저리게 참회하는 만큼 치열했다. 고향에 내려와 전교에 온힘을 기울였고, 배교자 밀고로 다시 옥살이를 하다 1801년 신유박해 때 43살 나이로 참수됐다고 한다. 
 

 
▲ 여사울성지 십자가의 길

 언덕 위 십자가 밑을 돌아내려와 성모상 앞을 지나자 십자가의 길이 시작된다. 언덕 아래 보도블록을 깐 길이 정성스럽다. 하얀 돌을 다듬어 세운 십자가의 길, 제1처를 지난다. 배교와 순교로 이어지는 이존창 사도의 삶을 생각한다. 그가 껴안아야 했을 고통, 스스로 저지른 배교의 나약함에 대한 처절한 자책, 그것은 차라리 죽음에 가깝지 않았을까. 피의 순교를 했으나 `하느님의 종` 124위에 포함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성지 성당 입구에 비치된 도보성지순례 안내도를 들고 본격적인 순례에 나선다. 길목마다 작은 이정표가 있어 헤매지는 않을 듯싶다. 이정표 속 물고기 문양이 가리키는 대로 발걸음을 내딛으면 된다.
  

 안내도에 표시된 길은 차들이 다니는 도로가 아닌 비포장에 좁고 구불구불한 농로다. 어릴 적 추억이 묻어 있는 고향길 같다. 빗길을 걸으며 잠시 상념에 젖는다. 논두렁을 끼고 걷던 길은



가톨릭평화신문  201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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