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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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성월 기획] 순교자, 그들이 남긴 것 (하) 진목정 순교 성지를 가다

“순교 정신 영원토록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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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목공소를 지나 700여 미터 묵상 길을 따라가면 허인백·이양등·김종륜 세 순교자들의 혼이 살아 숨 쉬는 묘지(가묘)를 만날 수 있다.
순교자 성월을 맞아 많은 신자들이 묘지를 찾았다.
순교자성당이 완공되면 세 순교자의 유해는 성당에 안치할 계획이다.
 

“발 닿는 곳곳에 순교자 숨결 느낀다.”

경주 건천읍을 지나 청도로 넘어가는 단석산 자락에 발이 닿으면 진목정 순교 성지(담당 이창수 신부, 경북 경주시 산내면 내일리 산 284)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124위 시복시성 대상자이기도 한 허인백(許仁伯?야고보·1822~1868), 이양등(李陽登·베드로·?~1868), 김종륜(金宗倫·루카·1819~1868) 세 순교자들이 박해를 피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바위굴(범굴)에 숨어 살았던 옛 신앙의 터전이며, 처형된 이들의 시신을 허인백의 아내 박조이가 옮겨 묻어 그들의 피로써 은총의 성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순교자들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마치 그때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 “성녀 바르바라를 기억하라!”


1868년, 병인박해 당시 경주 단석산 자락 깊은 골짜기에서 박해를 피해 이양등, 김종륜 등과 함께 숨어 지내던 허인백은 신자촌을 급습한 포졸들을 보며 담담하게 말한다.

“오늘에서야 세상일을 모두 마쳤구나.”

그리고 끌려가기 직전, 아내 박조이에게 당부했다. “성녀 바르바라의 순교 행적을 기억하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오!”

성녀 바르바라(Barbara)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수호성인으로, 세계 여러 성인 중에서도 가장 용감하고 또 기구한 순교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며칠 뒤인 9월 14일 울산 장대벌에서 군문효수(목을 베어 군문에 매달던 형벌) 당하던 날. 이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신앙을 지킨 바르바라 성인을 기억하며 마지막 순간에도 성호를 긋고 성모 마리아를 외쳤다고 전해진다.

■ 순교자 영혼 살아 숨 쉬는 곳

2010년 순교자 성월, 아직 더위가 꼬리를 물고 있는 무더운 날에 진목정 순교성지를 찾았다.

세 순교자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진목정은 생활 현장인 범굴, 시신을 묻었던 무덤(가묘), 오랜 사목현장 진목공소 등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 소태골 피정의 집에서 범굴로 향하는 길에 조성돼 있는 십자가의 길 14처

내일1리 마을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소태골 피정의 집이 보이는데,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십자가의 길 14처를 지나면 순교자들이 살았던 범굴로 통하게 된다.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그들의 숨결을 느낀다. 옛 교우들이 목을 축였을 법한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칠 수 있는 이 길은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이다. 박해를 피해 여러 곳을 다니다가 정착한 이곳에서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그런 힘든 생활에서도 단 하루라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자꾸만 깊고 험한 곳으로 몸을 숨겨 왔던 세 분 순교자들의 절절한 신심이 온몸으로 전해 오는 순간이다.

막상 세 순교자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범굴에 다다르면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이제는 무너져 내려 그 원형을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 대신 진목공소를 거쳐 묘지로 이어지는 묵상 길에서 고통 속에 정화되는 영혼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2시간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다소 험했던 길들을 헤쳐 지나오니 오래된 공소가 보인다. 진목공소. 이곳은 1858년 경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 사제인 ‘땀의 순교자’ 최양업(토마스) 신부가 지방을 순회하며 전교하던 때부터 교우촌을 이뤘다고 전해진다.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옛 공소 안을 들여다보면 성모상과 예수성심상이 제대를 지키고 있는 모습으로, 아직까지도 깨끗하고 아늑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 세 순교자들의 묘지(가묘)로 향하는 신자들의 모습.
 

가톨릭신문  201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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