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아동복지지설 꿈나무마을(대표 정영숙 수녀) 어린이로 구성된 어린이예술단 `루젠`이 지난 7월 창단돼 연습이 한창이다. 한국교회에 전례무용단을 만든 무용가 조인혜(세라핌, 49) 단장이 복지시설 어린이들과 무용에 푹 빠졌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문화를 통해 하느님을 찬양하고 싶다"고 했다.

 14일 오후 꿈나무마을 내 초록꿈터. 어린이예술단 `루젠` 어린이들이 춤 연습을 하다 웃음보가 터진다. 스무 명 남짓한 초등부 여자아이들이 조인혜 단장이 가르치는 무용 기본 동작을 따라 하다 자신들이 실수한 동작을 똑같이 해 보이는 조 단장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한다.
　
재능으로 꿈화 희망 선물

 "둘 한 다음에 팔을 쭉 뻗어야 해. 하나 둘 쭉! 하나 둘 쭉~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팔이 안 뻗어져? 그게 뭐야…."
　
 조 단장은 석달 전 송천오(서울 신천동본당 주임)ㆍ강수근(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 신부와 함께 루젠 어린이예술단을 창단했다. 미혼모 자녀가 대부분인 시설 아이들이지만, 전문 예능교육을 통해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 싶어서였다. 루젠 창단은 조 단장이 교회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춤`이라는 자신의 재능을 물려주고 싶었던 오랜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문화 복음화의 꿈나무 육성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 7살에 무용을 시작한 조 단장은 국악예고와 세종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 서울시립무용단 솔리스트로 활동했던 무용가다. 대희년(2000년) `한국가톨릭전례무용단`을 설립해 활동해온 조 단장이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어린 후배들을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도전한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출생했다고 꿈이 없는 건 아니지요. 저는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춤과 노래로 하느님의 밝은 빛을 전하는 존재로 만들 겁니다."
　
 루젠은 루멘 젠시움(Lumen Gentium, 인류의 빛)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아이들이 예술적 재능을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교회와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인류의 빛, 세상의 빛이 되게 하자는 뜻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선교 즉, 문화 복음화의 꿈나무를 키워내는 것이 조 단장의 목표다.
　
 창단한 지 3개월 남짓 지났지만, 루젠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눈빛부터 다르다. 수업시간에 떠들다가도 강사가 "루젠"하고 부르면 곧장 입을 다물고 집중한다. 하느님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배움에 대한 의지가 눈빛에서 드러난다.

국제 어린이예술단으로
　
 "아이들은 관심을 가져주고 애정을 쏟을수록 다가와요. 무용 수업을 하려면 자세 교정 때문에 스킨십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처음엔 자기 몸에 손대는 것을 꺼려 손 댈 때마다 비명을 질렀어요. 이젠 점점 스킨십에 익숙해지는지 먼저 덤벼들 정도가 됐죠. 얼마나 예쁘고 순수한지 몰라요. 아이들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 분명해요."
　
 창단 이후 본격적 연습 활동에 들어간 루젠은 두 차례 오디션을 거쳐 초등학교 1~6학년 남녀 어린이 50여 명을 선발했다. 어린이들은 방과 후 연습실에 모여 조 단장과 전문 강사들에게서 무용과 민요, 합창, 국악성가 등을 배운다. 특별활동반 수준이 아니라 하루 5~6시간씩 맹연습을 하고 있다.
　
 민요는 인간문화재 전수자가 직접 가르치며, 합창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반주는 유학파 출신이 맡는 등 강사진도 화려하다.
　
 최고의 예술 교육을 통해 선발된 `될성부른` 잎들의 예술계 학교 진학도 도와줄 계획이다. 강사진은 자원봉사자들이며, 아이들 교육을 위해 후원회 결성도 준비하고 있다.
　
 "40대까지는 춤으로 하느님을 찬양했다면, 이제는 미래 꿈나무를 길러 또 다른 방법으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집중하려 한국가톨릭전례무용단 단장도 그만뒀어요. 루젠을 하느님 말씀과 한국의 미를 전하는 국제적 어린이예술단으로 만들 겁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