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위령성월특집] 연령회 봉사 10년차 김진희씨

죽음, 삶을 성장시키는 ''벗''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죽음과 죽은 이들이 두렵지 않다는 김진희씨는 연령회 봉사를 통해 진정한 자신과 만났다고 말했다.
 

 "연령회가 어르신들만 하는 봉사라고요? 그건 선입견이에요."
 
 연령회 봉사경력 10년 차인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 교육분과위원장 김진희(젬마, 53, 개포동본당)씨는 연령회 회원이라면 으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말했다.
 
 그는 40대 초반이던 2001년, 본당 연령회에 가입했다. 당시 연령회원들은 늘 죽음과 가까이 있고, 시신을 다뤄야 하는 고된 봉사에 젊은이가 선뜻 나서겠다고 하자 미덥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나이차도 많아 선배들은 `얼마나 버틸까…`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현재 김씨의 왕성한 활동을 보면 그건 기우였다. 그는 본당과 지구, 교구 연령회에서 유명인사다. 별명이 `염쟁이 김씨`다.
 
 그의 수첩을 슬쩍 들여다보니 ○○본당 연도에서부터 주3회 있는 가톨릭 상장례 지도사교육 봉사, 레지오 마리애 회합 등으로 스케줄이 빽빽해 쉬는 날을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위령성월인 11월에는 교구 연도경연대회가 있어 교구 연도 전문강사단 단장인 그를 같은 지구 본당 연령회가 그냥 놔둘 리 없다. 기자가 만난 10월 28일만해도 본당 강의 일정이 두 개나 잡혀 있다.
 
 "매년 10~11월에는 목이 다 쉬어요. 밤낮 없이 연도를 가르치고 봉사하느라 밤 9시 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어요. 누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그날 잠은 다 잔 거죠."
 
 한창 인기 오른 연예인처럼 힘들고 고된 일정의 연속이지만, 그는 웃음을 잃지 않고 성실하게 봉사한다. 만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이끄는 `부드러움의 카리스마`도 갖고 있다. 얼마 전 어머니와 언니를 한꺼번에 잃은 한 신자는 그가 속한 개포동본당 연령회에 어머니와 언니를 맡기게 돼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서울 출신인 그는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4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성당에 가려면 꼬박 한 시간을 걸어야 했지만 하루도 미사에 빠지는 날이 없었다. 어머니의 철저한 신앙생활과 교육, 가난한 이들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자란 그가 지금 봉사의 삶을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자주 목격했다. 10살 무렵 등굣길에 야트막한 동산에서 소복을 입고 목을 맨 여인도 봤고, 13살 때는 갑작스러운 친동생죽음도 경험했다. 고교 시절에는 길에서 객사한 노숙인의 죽음도 봤지만, 죽은 이들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고 한다.
 
 "객사한 이를 발로 툭툭 건드리고는 그냥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어요. 하느님께서는 저를 연령회로 인도하시려고 죽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하도록 미리 준비시켜주신 것 같아요."
 
 거의 매일 죽음을 목격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연령회원들은 어떻게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까. 그는 선배 연령회원들의 행복하고 당당한 죽음을 보면서 연령회 봉사와 기도가 자신을 얼마나 단련시키고 성장시키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두 연령회 선배들은 기도로 삶을 정리하면서 오히려 후배들을 챙겼어요. 돌아가시기 전에는 후배들을 불러 음식대접도 하셨어요. 행복이 무엇인지 말씀하시면서 늘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라고 하셨죠."
 
 두려움 없이 죽음을 준비하는 선배들 모습은 그에게도 큰 자극으로 다가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언제 어떻게 하느님이 데려가실지 모르기에 내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바로 오늘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다.
 
 "세상을 떠나는 이의 죽음을 보며 매일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합니다.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겪고 나야 진솔한 자신과 만나게 되고, 죽음의 십자가 뒤에 부활의 기쁨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요."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11-0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7. 3

2티모 1장 10절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