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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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특집] 빛을 기다리는 사람들 (1)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완화 의료 병동

“주님 만날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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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성 림프종으로 투병 중인 이동엽씨가 문숙자 호스피스 봉사자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삶의 마지막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는 이씨는 하느님께 남은 삶을 온전히 바치겠다고 밝혔다.
 

대림시기는 교회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때이다. 대림시기에는 구세주의 다시 오심에 대한 희망 속에 그리스도 탄생의 기쁨을 맛볼 수 있으며, ‘기다림’의 진정한 의미를 묵상할 수 있다. 이 은총의 시기를 맞아 절망의 어둠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희망의 빛을 기다리는 이웃들을 찾아 나선다.

■ 남은 인생을 주님께

올해 단풍은 유난히 곱다. 적어도 이동엽(대철 베드로·40)씨에게는 그렇다. 악성 림프종 말기 환자인 이씨는 지금 보는 단풍이 마지막일수도 있지만, 단풍이 떨어진 곳에 새싹이 돋듯, 하느님 나라에서의 영원한 삶을 꿈꾸며 담담하게 오늘을 마무리한다.

이씨가 생활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의료원장 김준우 신부) 완화 의료 병동에서 ‘빛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병실에 누워 있는 이동엽씨를 처음 만났을 때 ‘정말 호스피스가 필요한 분일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면역력이 약해져 얼굴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것 이외에는 특별히 몸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기자를 웃게 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가슴을 적셨다.

“처음 제 병을 알게 됐을 때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비웠어요. 아프고 힘들면 어떤 사람이든 살고 싶고 또 낫고 싶다는 욕망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지나쳐서 흘러넘치다 보면 집착이 되잖아요. 그 상황에 대해 스스로 얼마나 실망이 크겠습니까.”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삶을 포기하며 죽는 것과 완성하며 죽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 이씨는 “마음을 비우고 현재에 순명하면서 하느님께 남은 인생을 온전히 바치고 싶다”고 밝혔다.

곁에서 아들을 간호하는 이씨의 어머니 역시 지금의 상황을 ‘은총’이라고 말했다.

“투병 중인 아들을 보며 괜찮은 부모가 어디에 있겠어요. 비록 힘든 상황이지만, 절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강한 의지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큰 은총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희귀 질병으로 10년째 투병하고 있는 한 환자의 어머니 역시 신앙 때문에 자녀가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동안 삶의 마지막을 준비해 오며 살아온 딸아이를 생각하면 대견하면서도 너무 가슴이 아파요. 하지만 딸의 바람대로 병원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치르고 시신도 기증할 생각입니다.”

■ 아픈 몸·마음 어루만지다

“말끔해지니 기분이 좀 나아지시죠?”

문숙자(오틸리아) 호스피스 봉사자 회장이 얼굴과 손, 발 등을 닦아 주자 환우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봉사자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마지막 삶을 사시는 그분들 입장에서는 정말 순간순간이 귀중하잖아요. 이렇게 손, 발 닦아드리는 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더욱 정성을 기울입니다.”

10년째 호스피스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문 회장은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정들었던 이들을 떠나보내는 심정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늘 마음 아프죠. 그분들을 떠나보내면서 항상 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말처럼, 마지막 순간은 누구에게나 오니까요.”

문 회장이 봉사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완화 의료 병동에는 수개월 이내의 남은 삶을 마무리하는 환우들이 생활하고 있다. 병동은 이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편안하게 임종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보호자 교육과 상담, 음악·미술을 통한 심리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상황 앞에서 얼마나 두려울까요. 더군다나 함께 생활하던 분이 선종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면 이분들은 무척 침울하고 우울해 하세요. 그 착잡한 심정을 어루만지는 것 역시 우리가 할 일입니다.”

성미순(비아) 호스피스 간호팀장은 투병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우들의 통증 및 증상 완화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 유지와 영적인 요구 또한 충족시키는 것이 호스피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완화 의료 병동은 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등을 비롯해 성직·수도자, 봉사자들도 함께 활동하는 ‘완화 의료팀’을 구성, 환우 중심의 전인적 의료 봉사를 펼치고 있다.

특히 사별 가족들을 위해 전화 상담, 가정방문에서부터 정기 모임, 미사 봉헌 등 이별의 고통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성 팀장은 “환우 본인이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수시로 환자 곁에서 돌봐주며 외롭지 않음을 인식시켜주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어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엽씨와 가족에게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그냥 나왔지만, 이내 후회했다. 부활 후 삶을 준비하는 이씨의 모습은 또한 훗날 기자가 맞아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낙엽이 떨어지고 바람은 더욱 쌀쌀해지지만, 또 봄이 찾아올 테니까….


 
▲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완화 의료팀.
 
 

가톨릭신문  20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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