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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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특집] 빛을 기다리는 사람들 (3) 대구 SOS 어린이 마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가정 이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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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 안에서 한 가정을 이룬 대구 SOS어린이마을의 ‘어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둘러앉아 구유를 만들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새로운 형제자매들과 함께 새 가정 안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대구 SOS어린이마을(원장 이병훈 신부).

이곳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6~7명의 아이들이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 이곳 ‘어머니’들은 결혼하지 않고 평생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헌신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에 있는 각 가정의 어머니들은 늘 기다린다. 아이들이 마음을 열기를 기다리고, 바르게 자라나길 기다리며, 자립을 이뤄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길 기다린다. SOS어린이마을의 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그 기다림의 삶을 소개한다.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다녀와. 차 조심하고.”

아이들은 바쁘게 등교준비를 하고,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챙겨 학교에 보낸다. 아이가 있는 대부분 가정의 아침 풍경이 그렇듯 김춘선(모니카)씨 가정도 등교시간이 되면 분주하다. 아니, 보통의 가정보다 더 정신없이 바쁘다. 그도 그럴것이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6명의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연스레 ‘엄마’라고 부르며 한 가족을 이루고 살지만, 처음엔 다들 마음을 열지 않고 피하기만 했던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엄마라고 불러야 한단 말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거부하던 아이도 있었지만, 믿고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이 완전히 마음을 열기까지는 이곳에 왔을 때의 나이만큼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있거든요.”

엄마와 아이들의 첫 만남부터가 기다림의 시작인 셈이다. 집, 학교, 친구들 모두가 낯설기만 할 아이들을 생각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기다린다는 모니카씨는 24년째 이곳에서 어머니로 지내며 아이들과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힘들고 답답한 일도 많고,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이렇듯 모니카씨는 “어쩌면 힘든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또 내가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자리 잡아 가는 것을 느낄 때, 그 순간의 기쁨과 감동이 모든 어려움을 보상해 줄 만큼 너무도 기쁘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돼주고 싶은 소망을 내비쳤다.

“처음엔 제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기대를 할 때마다 자꾸만 관계가 틀어져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나보다 하느님께서 아이들을 더 사랑하신다는 것을 깨닫고 그분께 맡겨드리기로 했어요.”

모니카씨의 간절한 바람이 통해서였을까. 아이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한 식구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은 씩씩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인사를 한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서 와~”

집으로 돌아와 인사를 할 때, 엄마의 대답이 없으면 힘이 빠진다는 아이의 말에 ‘자신이 정말 아이들의 엄마구나’하고 느껴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는 모니카씨는 이 때문에 엄마로서 아이들을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꿈이 있어요.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로사리아,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클레멘스…. 지금은 그 꿈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그리고 저는 아이들이 사랑과 편안함을 느끼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길 기다리고 있죠.”

이제는 엄마도 아이들도 서로 어울려 장난도 치고, 때로는 싸움이 일어나 울음소리도 난다. 그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깔깔깔’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식사시간이 되면 반찬 투정을 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가훈을 외워보라고 시킨다.

“건강하고 예의 바르게 그리고 사랑하며 살자.”

“그래, 건강하게 살기로 했지? 건강하기 위해서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해.”

투정을 부리는 아이와 달래는 엄마. 여느 가정의 모습처럼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3일 저녁,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둥글게 모여 앉았다. 대림시기를 맞아 성탄을 준비하며 자신들만의 구유를 만들기로 한 것. 제비뽑기로 각자 만들 것을 정했다.

“난 예수님!” “난 성모님.”

재료는 찰흙이 전부지만 엄마와 아이들은 마음을 모아 열심히 만든다. 제일 신이 난 건 7살짜리 막내 프란치스코.

“난 사자 만들거야!”

엄마의 구유에 대한 설명보다 빨리 찰흙을 만지고 싶어 안달이다. 찰흙놀이 하는 재미에 들떠 이것저것 다 만들겠단다. 한참을 찰흙으로 씨름을 하더니, 뜻대로 잘 안 되는지 어느새 울상이다.

“엄마~저 좀 도와주세요~”

“그래, 프란치스코. 엄마랑 같이 해보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드디어 작고 투박해 보이지만 가족이 함께 만든 정성스런 구유가 완성됐다. 대림초와 성모상 앞에 구유를 모셔 놓고, 다가오는 성탄을 준비하며 아기 예수님 오시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함께 기도를 바쳤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순간 엄마는 또 다른 기도를 드렸을 것이다. 아이들이 지금처럼 늘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주길, 그리고 각자의 꿈을 위해 노력하며 그 꿈을 꼭 이루어내길 바라며.


 
▲ 온가족이 함께 만든 성탄 구유의 모습.
 


가톨릭신문  20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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