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대림기획 - 기다리는 사람들] 해외선교 파견 기다리는 노혜인(안나)씨

"드디어 선교사 꿈 이뤘어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4년간 간절한 기다림 끝에 선교사의 꿈을 이루게 된 노혜인씨 얼굴에는 요즘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노씨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평생을 선교사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3개월이 쏜살같이 지나가면 좋겠어요. 요즘은 임지로 파견될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이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간절히 기다린 적은 처음이에요."

 내년 3월 첫 선교지 필리핀으로 떠나는 예비선교사 노혜인(안나, 29, 광주대교구 쌍촌동본당)씨 얼굴은 요즘 설렘으로 가득하다. 웃음도 떠나지 않는다. 4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만큼이나 기쁨도 크다. 깨어 기다리는 때인 대림시기를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해외선교 파견을 기다리고 있는 노씨를 만났다.

 
24살에 받은 암 진단, 그리고 오진

 노씨는 2005년, 24살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다. 너무 어이가 없어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잠시 멀리했던 하느님을 다시 찾았다.

 2주 뒤, 암 진단이 오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느님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그때 결심했다.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기로.

 암 진단으로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우연한 기회에 청년성서모임 연수에 참가하게 됐다. 그 곳에서 만난 한 신부에게 "남을 위해 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 신부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은 어떠냐"면서 노씨에게는 낯설기만 했던 성골롬반외방선교회를 찾아가보라고 권유했다.

 이듬해부터 매달 한 번씩 있는 골롬반회 `관심자 모임`에 참석해 평신도 선교사의 삶을 알아갔다. `내가 찾던 길이다` 싶었지만 공무원이 돼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안정적 미래를 꿈꿔왔던 노씨에게 선교사, 그것도 해외에서 활동해야하는 선교사는 선뜻 결심을 굳힐 수 없는 `직업`이었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남을 위해 살고 싶으면 수녀회에 입회해서 봉사하는 삶을 살라고 했다. 해외 선교사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지만 수녀는 노후가 보장돼 안정적이라는 게 그들이 입회를 권하는 이유였다.

 부모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어머니는 "하는 일이 잘 안 풀리니까 선교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며 못마땅해 했다. 아버지는 아예 선교사의 `선`자도 꺼내지 말라고 할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

 2년 전 파견될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을 잡지 못해 떠나지 못하고 말았다. 해외 선교사의 꿈을 포기하진 않았지만 더 시간을 두기로 했다. 그리고 노씨는 해보고 싶었던 일을 했다.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어린 시절 꿈이었던 선생님도 해보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직장 생활도 했다. 남자친구를 만나 사랑도 했다.

 해보고 싶었던 일을 다 해봤는데 이상하게도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만 더 커졌다. 결국 모든 일을 정리하고 훌륭한 선교사가 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4년간 기도하며 간절히 기다려

 그런데 지난해에 평신도 선교사 지원자가 없어 또 1년을 기다려야 했다(지원자가 3명 이상이 돼야 선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실시된다). 그렇게 1년을 기다렸다. 마침내 올해 노씨를 비롯한 지원자 4명이 나와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내년 3월, 4년 만에 필리핀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노씨는 긴 기다림이 좋은 약이 됐다고 했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모님 반대도 그 시간 동안 눈녹듯 사라졌다. 이제 부모님은 제일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그는 필리핀 마닐라 변두리 빈민촌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빈민가에 집을 얻어 혼자 살며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선교 기간에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다.

`온전히 내어놓는 삶` 다짐

 노씨는 처음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고민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고 부대끼면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가진 사랑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거예요. 그들이 저에게 `나한테 왜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줘`라고 질문할 정도로요. 그들을 돕는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선배 선교사들에게 조언도 많이 들었다. 선배들은 힘들지만 보람이 훨씬 크다고 입을 모았다. 또 선교사는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노씨는 `온전히 내어놓는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바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묻는다고 한다.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그 힘든 길을 가려하느냐고. 노씨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어떤 삶을 선택해도 쉽고 편한 삶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바라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게 최선이겠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에게 기쁨을 주는 삶을 산다면 가장 행복할 것 같아요. 제게 선교사의 길을 보여주신 하느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해외 평신도 선교사가 되려면

지원 식별선발 공동생활 교육 거친 후 선교지 파견

 
현재로선 매달 둘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관심자 모임`에 참석하는 게 해외 선교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모임에 1년가량 참석하면 선교사로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성찰과 면접을 통해 선발된 지원자들은 9~10개월 동안 선교사의 집에서 합숙하면서 언어교육과 영성교육을 받고 선교실습과 식별피정 등을 거치게 된다. 선교사로 선발되면 3년간 선교지에서 활동하고 돌아와 평가 후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노혜인씨는 "과정만 이수한다고 해서 누구나 선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끊임없는 면담과 성찰을 통해 자신이 정말 선교사로서 소명을 갖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의 : 02-926-1217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12-1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7. 3

시편 23장 5절
주님께 구원 받고, 자기 구원의 하느님께 의로움을 인정받으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