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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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르포] 연평도 신자들의 성탄맞이

임하소서 임마누엘이여 불안과 상처의 이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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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본당 신자들이 18일 저녁 임시숙소인 인천 인스파월드 찜질방에서 아기 예수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 제4주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

   "임하소서 임마누엘이여.♩♩… 기뻐하라 이스라-엘이여 임마누엘이 오시리로다."
 예수 성탄 대축일을 일주일 앞둔 18일 저녁 7시께 연평도 피란민 임시숙소인 인천 신흥동 인스파월드 찜질방 2층 영화감상실에 연평도본당 신자들이 대림 제4주일 미사를 봉헌하러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신자 70여 명이 「가톨릭성가」를 들고 간이 제대 앞에 줄지어 앉았다. 피란생활을 하느라 미처 판공성사를 보지 못한 신자들은 미사를 시작하기 전에 김태헌 주임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보고 있었다.
 찜질방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한 지도 벌써 4주째. 대림 제4주일인 19일은 한 달 가까이 찜질방에서 피란생활을 해온 주민들이 김포시 양곡면 아파트로 이주하기로 예정돼 있어서 부득이 토요특전미사로 봉헌했다. 신자들은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 북한 포격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영혼과 피해 주민을 위해 기도했다.
 제대 앞에 네 개의 대림초가 모두 켜지고 어느새 신자들 마음도 성탄절에 오실 `임마누엘`에 대한 기다림으로 설렌다. 하지만 신자들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포격을 피해 도망치듯 섬을 탈출해 눈물겨운 피란생활을 해온 신자들에게 지난 한 달이 기쁨과 희망의 시기인 대림기간이 아니라 마치 고통과 수난의 사순시기 같았기 때문이다.
 "이 추운 날씨에 고향을 떠나 피란생활을 하며 성탄절을 맞이하는 우리들 모습이 집도 없이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예수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잃어버린 성탄절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입니다."
 김 신부는 강론 중에 "이런 시련 속에서도 신앙적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를 기도하며 성탄절에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자"고 말했다.
 `성탄절까지는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던 신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눈시울을 붉혔다. 예년 같으면 성전 마당에 구유를 꾸미는 등 성탄 준비로 한창 바쁠 때지만 올해는 말 그대로 마음이 착잡하다. 매년 성탄 성야미사를 마치고 신자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성가를 불러주던 `새벽송`도 올해는 들을 수 없게 됐다.
 연평도본당 전 공소회장 장정남(벨라도, 69)씨는 "하루 빨리 섬으로 돌아가 평화롭게 미사를 봉헌하고 싶다"며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성탄을 잃어버린 사람들

    지난달 23일 벌어진 북한의 기습 포격은 평화롭던 연평도 주민들 삶에 엄청난 혼란과 고통을 가져왔다. 포격 직후 어선과 여객선에 나눠 타고 섬을 탈출해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한 이들은 찜질방에서 기약 없는 피란생활을 시작했다.
 한정된 공간에 워낙 많은 피란민들이 살다 보니 찜질방 생활은 고통과 불편의 나날이었다. 밤이 되면 조용한 잠자리를 찾아 찜질방을 배회하며 새우잠을 자야하고, 끼니 때마다 식판을 들고 10m 이상 줄서기 전쟁을 치러야 했다. 어르신들은 신경통과 관절염이 악화돼 통증을 호소하고, 탁한 공기 때문에 감기 등 호흡기질환에 시달렸다. 마땅한 개인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채 수백여 명이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앉아 있어야 하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민들은 "식욕이 떨어지고 충격이 가시지 않아 잠을 자다가도 작은 소리에도 쉽게 깨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언제 끝날지 모를 찜질방 생활에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갔다. 연평도 피란민들에 대해 "생활안정자금도 받았는데 언제까지 찜질방에서 버틸 생각이냐? 이참에 한 몫 챙기려는 것 아니냐"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주민들을 힘들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포격의 상처와 고통이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근본적 해결책도 없이 무관심 속에 잊혀 가는 것이 더욱 안타까웠다. 그런 와중에도 일부 신자들은 평소처럼 손에 묵주를 들고 기도를 하며 불안감을 달랬다.
 "기도가 큰 힘이 됐어요. 처음에는 초조한 마음에 눈물이 나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지금은 마음을 추스르고 있어요."
 본당 사목회 부회장 장혜신(가타리나, 64)씨는 "이번 사건으로 잃은 것이 많지만 신자들과 유대감도 더 깊어지고 신앙적으로 얻은 것도 많다"며 "매일 새벽 6시에 신자 10여 명이 찜질방 한 구석에 모여 대림환을 켜놓고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사를 봉헌하고 찜질방 2층 대형 홀로 나오니 다른 주민들은 임시거처로 배정된 아파트 동호수를 확인하고 이삿짐을 꾸리느라 분주했다. 피란 26일 만에 찜질방 생활을 정리하고 김포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게 됐지만 앞으로 연평도 복구와 생업 피해 보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어 이삿짐을 싸는 주민들 얼굴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꽃게잡이 선주 전선자(클라라)씨는 "이미 바다에 쳐놓은 꽃게잡이 어구(한 틀 당 약 1000만 원)를 회수하지 못한데다 임금을 선불로 받은 외지 선원들까지 모두 가버려 앉아서 2~3억 원을 손해 볼 처지"라고 토로했다. 전씨는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수협 등에서 빌려 쓴 영어자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연평도에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어 언제 섬으로 돌아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처 입은 연평도에도 구세주가 오신다

 장 벨라도씨는 "언제 또 다시 포탄이 날아올지 몰라 엄두가 안 나지만 연평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만큼 안정되면 섬에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피와 땀으로 지은 성당을 두고 섬을 빠져나올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장씨는 "집을 잃고 고향을 떠나는 것도 마음이 아팠지만 성전과 사제관 일부가 포탄 파편에 손상돼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1958년 본당 설립 당시, 신자들이 해변에서 자루와 대야에 돌을 담아 날라다 맨손으로 지었어요. 신자 수가 줄어 공소로 격하됐다가 1998년에 다시 신부님을 모셔올 때까지, 그렇게 50년 넘게 지켜온 성당을 두고 떠나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던지 배에서 성당 쪽을 돌아보며 눈물 흘리는 신자도 많았어요."
 장 가타리나씨는 "성당 주변에도 포탄이 떨어져 뒷산에 불이 났다"고 포격 당시를 떠올렸다. 장씨는 "불이 성당에 옮아 붙을까봐 주임신부님과 신자들이 물을 길어다 끄려 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며 "다행히 불길이 저절로 잦아들었다"고 전했다.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님께서 연평도성당에 들어가서 성탄미사를 봉헌하신다고 하던데, 남북이 포를 겨누고 대치하고 있는 연평도에도 아기 예수님이 찾아오시겠지요?"
 충격과 불안감 속에서 아기 예수 탄



가톨릭평화신문  201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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