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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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특집] 베들레헴 예수탄생기념성당 순례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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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 탄생 별. 예수님 탄생 자리를 정확히 알려주기 위해 표식된 것으로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셨다"는 라틴 말이 새겨져 있다.
 

  별에 대한 추억과 희망을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다. 항상 그곳에 있지만 없는 듯하고 어느 순간 밤하늘을 보면 반짝임으로 교감하는 별. 숱한 전설과 슬픔을 품고 순수와 용기, 희망을 비쳐주는 별은 인생을 서정에 물들게 하는 참 고마운 존재다.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밤인 성탄절을 맞아 예수님 탄생 별을 보며 더없이 기뻐한 동방 박사들처럼 `천상의 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인 베들레헴 예수탄생기념성당을 지면을 통해 순례한다.

▨ 다윗 왕이 태어나 자란 고향
  "Hic de Virgine Maria Jesus Christus Natus est."(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셨다.)
  놀랍고도 복된 문장이다. 이 말을 세상을 향해 선포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성당이 바로 베들레헴 예수탄생기념성당이다. 이 성당은 구세주 탄생을 기념해 매일 성탄 미사가 끊이지 않고 봉헌되고 있으며 하루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예수 탄생 동굴로 몰려와 별자리에 손을 얹고 그리스도를 경배한다.
  예수님 탄생지 베들레헴은 예루살렘에서 약 8km 떨어진 언덕 위 작은 마을이다. 오늘날 `베이트람`이라 불리는 베들레헴은 구약시대에 한때 `에프라타`로 불렸다. 베들레헴은 야곱의 아내 라헬의 죽음(창세 35,16-20)과 관련해 창세기에 그 이름이 나올 만큼 아주 오래된 도시로 다윗 왕이 태어나 자란 고향(1사무 16,1-16)이기도 하다.
  유다인들은 이스라엘에 태평성대를 이뤄줄 메시아가 장차 베들레헴에서 탄생할 것(미카 5,1)으로 기대했고, 신약성경은 그 예언이 성취됐음을 선포하듯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다"(마태 2,1;루카 2,4-7)고 기록하고 있다.
  예수탄생기념성당은 콘스탄티누스 대제 어머니 헬레나 성녀가 그리스도교 신앙 자유 이후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와서 예수님 탄생지로 전승돼 온 동굴 위에 지어 339년 5월 31일 봉헌한 성당이다. 그러나 이 성당은 510~529년 사이 화재로 소실됐고, 성당 중앙 통로 바닥의 모자이크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지금의 예수탄생기념성당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재위 527~565)가 531년 완공했다. 1500년 가깝게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성당이다. 지금의 요새형 성당 외형은 12세기 초 십자군이 베들레헴을 탈환한 후 재보수했다.
  
▨ 한 믿음으로 평화가 넘치는 곳
  이 성당이 이슬람에게 피해를 입지 않고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성당 정면에 있는 모자이크가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이 페르시아인 조상들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군은 이 모자이크를 보고 너무나 감동해 성당을 허물지 않고 참배했고, 이스라엘을 점령한 페르시아 오마르 칼리프도 638년 이 성당에서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코란에 동정녀 마리아가 하느님의 종이며 예언자인 예수를 올리브 나무 아래에서 낳았다고 하는데, 이 올리브 나무가 바로 베들레헴에 있다는 이슬람 전승 때문이다. 오늘날까지 무슬림들이 예루살렘의 이슬람 황금 모스크와 헤브론 성조 사원을 순례한 후 베들레헴 예수탄생기념성당를 방문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그리스도인, 무슬림 구분없이 오직 한 믿음으로 평화가 넘치는 유일한 곳이 바로 이곳 성당이다.
  이 성당 중앙 제대 바로 아래에는 `예수 탄생 동굴`이 있다. 이 동굴은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정교회가 각각 소유권을 갖고 있다. 중앙 제대 왼쪽은 아르메니아 정교회, 오른쪽은 그리스 정교회 소유다. 예수 탄생 동굴은 그리스 정교회 소유이지만, `예수 탄생 별`이라 불리는 동굴 바닥의 은색 별은 가톨릭에서 관리한다.
  또 예수 탄생 동굴에서 3~4m 물러서서 두 계단을 내려가면 `구유동굴`이 있다. 아기 예수를 구유에 눕힌 곳이라고 하는 이 곳과 `무죄한 어린이들의 경당`, `성 요셉 경당`은 가톨릭 소유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가 하나되기를 희망하셨지만 당신의 탄생지조차 세 교회의 소유로 쪼개져 있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콘크리트 장벽에 갇힌 베들레헴
  성당 왼편에는 1881년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세운 근대식 건축물인 `가타리나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들은 이곳에서 매년 성탄 자정 미사를 봉헌한다. 가타리나 성당 지하에는 예로니모 성인이 34년간 은거한 동굴이 있다. 성인은 이 곳에서 신ㆍ구약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 완간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불가타 역본`이다.
  오늘날 베들레헴은 이스라엘이 설치한 콘크리트 장벽에 갇혀있어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장벽에는 이스라엘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낙서들이 있다. 그 중 "우리의 육체는 가둘지언정 정신은 가둘 수 없다"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또 지금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처지를 사나운 사자의 입에서 무참히 죽어가는 비둘기 모습으로 표현한 벽화가 가슴을 쓰리게 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베들레헴을 빠져나오면서 복음서를 편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0-14).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1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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