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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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르포/필리핀 빈민촌 나보타스를 찾아서 (상)

아이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기쁨과 희망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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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와 벽돌로 얼기설기 만든 집들이 모여 있는 빈민촌. 게딱지처럼 붙어 있는 집들은 간격이 너무 좁아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구멍 뚫린 나무지붕 사이로 들어오는 한 조각 빛이 골목에 고인 썩은 물 위로 떨어진다. 견디기 힘든 악취와 쉴 새 없이 달려드는 파리떼 속에서 부러질 듯 가녀린 팔을 들어 밥을 먹는 아이들.
 도시 인구 23만 명 중 절반 이상 가정이 하루 100페소(약 2600원) 이하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의 도시 필리핀 나보타스(NAVOTAS). 김홍락(가난한 그리스도의 종 공동체 설립자, 필리핀 칼로칸교구 빈민사목 협력사제) 신부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하고자 이곳을 찾은 이방인이다. 빈민촌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먹고 생활하며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김 신부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빈민촌의 성탄
 
  

 
▲ 성탄 미사에 참례한 아이들.
미사를 집전할 사제와 축제를 즐길 음식이 있어 1년 중 가장 기쁜날로 기억될 것이다.
 

 김홍락 신부가 12일 필리핀 루손 섬 중부에 있는 빈곤의 도시 나보타스에서도 가장 가난한 1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비르고 드라이브(VIRGO DRIVE) 마을 성탄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했다. 차비가 없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현지 사제마저 찾지 않는 빈민촌이기에 주민들에게는 올 들어 처음 봉헌하는 미사이자 때 이른 성탄 미사가 됐다.
 차에서 내리는 김 신부에게 매달리는 아이들. 빈민사도직 체험을 위해 11월부터 이곳에서 생활하는 인보성체수도회 수녀들이 준비한 알록달록 풍선과 색종이로 만든 성탄 장식이 아이들 눈에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골목 안 공소에는 신자들이 점점 늘어난다. 공소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닭과 제대 밑을 어슬렁거리는 개와 고양이들이 아기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을 연상시켰다.
 

 
▲ 성탄 미사에 함꼐 한 인보성체수도회 수도자들이 성탄 장식을 빈민촌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김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가진 것이 없어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주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신자들과 주님의 기도를 노래하던 김 신부 목소리가 잠시 끊어졌다.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 역력하다. 새까만 손을 고이 모은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김 신부를 바라봤다. 김 신부는 "너무나도 가난한 이들에게 아버지의 나라는 어떤 의미일까?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오늘도 일용한 양식을 주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
카메라 앞에 선 아이들.
 

 미사가 끝나자 김 신부가 미리 이곳 대표에게 돈을 줘 마련한 음식이 나오고 빈민촌에 조촐한 성탄 파티가 열렸다. 한국 돈으로 9만 원이면 400여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식을 준비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양껏 먹을 수 있는 첫 날이자 마지막 날, 손으로 필리핀 국수를 한 입 가득 넣는 아이들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 아이들 옆에서 함께 국수를 먹는 김 신부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이방인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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