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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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르포] 새 아침 저도 할 수 있습니다 -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 근로장애인

영양만점 김 구우며 꿈·행복 만들어가요, 지역 장애인들, 특산품 ‘김’ 생산 도맡아 ‘해야할 일’ 생기면서 위축된 삶에서 탈피, 자립에 대한 자신감 얻고 삶의 행복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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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행복을 굽는 천사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해 새 아침, 그들이 굽는 행복을 맛보러 자동차 페달을 밟았다.

충남 서천군에 들어서니 공기가 다르다. 창문을 한껏 내렸다. 고속도로까지 끈질기게 따라오던 도시의 매연은 서천의 차갑고 맑은 겨울 바람 앞에 물러났다. 자동차 두 대가 가까스로 지나갈 수 있을 만큼, 행복을 찾아가는 길은 참 ‘좁구나’ 느끼며, 시골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서천 I.C 삼거리에서 서천 방면으로 좌회전, 오석교차로에서 우측으로 난 21번 국도를 타고 가다 당정사거리 앞에서 우회전 깜빡이를 켰다. 오른쪽 언덕 위로 행복한 마을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이 우뚝 서 있었다.


 
▲ “행복가득 서천김 맛보세요!”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 내 서천군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꿈을 키우는 근로장애인들이 직접 생산·판매하는 ‘행복가득 서천김’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가야할 곳’ ‘해야할 일’이 생기면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공동체적 삶을 통해 행복을 찾고 있다.
 


#고소한 첫 만남

서천군 종천면에 자리잡고 있는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은 서천군이 대전교구 카리타스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종합복지시설이다. 4만 평 부지에 노인복지관과 요양원, 병원 등의 노후 쉼터와, 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있다. 빨간지붕의 아담한 장애인종합복지관 아래 위치한 서천군장애인보호작업장 문을 열었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기자를 기다렸다는 듯 싱글벙글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이들은 서천군에 거주하고 있는 지적?지체장애인들이다. 외부인이 신기하고 반가운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기자 곁을 내내 맴돌며 눈을 마주친다. 말을 건네면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돌리면서도 어느새 곁에 다가와 있는 그들. 그들은 그곳에서 ‘행복가득 서천김’을 굽고 있다.

#행복가득 서천김 드세요

‘행복가득 서천김’은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지난 5월부터 생산·판매하기 시작한 특산품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연 이 장애인보호작업장은 ‘구운 김’ 생산 판매를 통해 서천 지역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서천군에서 생산된 김에 서천군 내 방앗간에서 직접 짠 참기름·들기름을 바르고, 쎈뽈나누리 천일염 황토소금을 뿌려 만든 MSG 없는 친환경 김. 이 김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이곳 장애인들의 일상이다.

저온창고에 보관해둔 김을 해동해 한 장씩 김 굽는 기계에 투입하면 기름과 소금이 적절한 비율로 배합된 맛있는 김이 자동으로 구워져 나온다. 장애인들은 김을 한 장씩 투입하고, 구워져 나온 김을 7장씩 포개놓아, 그 위에 실리카겔을 얹는다. 7장씩 포개진 김을 포장지에 넣고, 김 7장짜리 포장 여덟 개를 묶어 박스에 담으면 된다. 간단한 작업이지만 이곳 장애인들은 진땀을 뺀다. 나름대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에, 이 순간만큼 이들은 노동하는 기쁨, 땀 흘리는 기쁨을 만끽한다.

백인도(25·지적장애)씨는 “오늘은 야근을 한다. 대목이라서 바쁘다. 다리가 아프다. 근데 재밌다”는 단답형으로 일하는 즐거움을 전한다. 기계에 김을 투입하는 일을 맡은 도영태(24)씨는 “김이 맛있다. 서천김이 맛있다”며 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1만2000원에 담긴 꿈

23명 장애인들의 땀과 노력,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행복가득 서천김’은 한 박스에 1만2000원이다. 같은 단위의 친환경 김이 1만8000~2만 원선이란 점을 감안할 때 결코 비싸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 1만2000원의 서천김에는 단순히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23명 장애인들의 값진 삶이 담겨있다.

짧게는 30분마다, 길게는 하루에 1번 버스가 오가는 시골마을에 사는 장애인들에게 이 작업장은 ‘부활’의 공간이다. 김을 만들지 않는다면 집에서 강아지와 놀거나 마당에 우두커니 앉아있기만 해야 하는 신세인 시골의 장애인들에게 ‘가야할 곳’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평생 위축된 삶을 살아야 했던 이들은 이곳에서 김을 만들며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친구를 사귀고, 공동체 삶을 배워나간다.

매일 2시간 넘게 시골길을 달려 출퇴근하면서도 하루 4시간 근로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단다. 남과 다르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남보다 더 느리다고 욕하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서로 힘이 돼 주며 즐겁게 일한다. 자치회도 조직해 어려운 점에 대해선 스스로 개선해나가기도 한다. 동료들 간에 다투기도 한다고 하니 영락없는 ‘조직생활’이다.

#행복이 꽃피는 자리

“신방동성당 김 15박스요!”

갑자기 대형 주문이 밀려들자 장애인들은 야근이라도 강행할 듯한 표정이다. 비장하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묵묵히 김을 굽기 시작한다.

5월 첫 판매를 시작한 보호작업장은 지난여름 극비수기를 맞아 6~8월 매출이 1000만 원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문을 닫아야 하나, 잘못 시작했나 하는 우려에도 총원장 강길원 신부와 부원장 변윤철 신부를 비롯한 직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행복가득 서천김’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직접 본당을 돌며 주말 판매를 시작했다. 노력 덕분인지 김이 맛있고 친환경적이란 입소문이 나면서 서서히 매출은 오르기 시작했고, 2010년 추석 시즌에만 8000만 원 어치 팔았다. 현재는 매달 2000~3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문량이 늘어날수록 힘들어 할 법도한데, 이곳 장애인들은



가톨릭신문  201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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